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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도지사 '갈치구이 1인 10만원' 발언 후폭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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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구이 단품 메뉴 1인당 7만∼10만원 식당 찾을 수 없어
제주도, "부수적 메뉴 없애 객단가 낮추자는 취지" 해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갈치구이 1인당 10만원', '인당 10만원 갈치구이', '갈치구이 10만원'.
지난달 31일 제주도가 낸 보도자료를 인용해 많은 언론이 쏟아낸 기사의 핵심 문구다.
기사에는 '갈치가 아무리 비싸도 그렇지 갈치구이가 1인당 10만원이라니 말이 되나'라는 취지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이번 보도들은 지난해의 '비계 삼겹살' 논란에 이어 제주 관광업계를 또다시 '바가지', '고물가', '고비용' 논란의 격랑으로 몰아넣었다.
가뜩이나 내수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주 소상공인들이 '공공의 적'으로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갈치구이 1인당 10만원'의 진실은 뭘까.

◇ 논란 촉발한 도지사의 발언
오영훈 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월간정책공유회의에서 "제주관광이 비싸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보니, 갈치구이가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며 "1인당 7만원에서 10만원까지 형성된 가격 체계는 1회전 객단가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이어 "가격은 낮추고 회전율은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가격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객의 부담을 줄이고 음식 낭비도 막는 친환경적 접근이자, 제주 관광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도지사 발언의 근거를 찾기 위해 지난 25일 도청 관광산업과를 찾았다.
문제의 도지사 발언은 도청 관광산업과의 관광식당업 가격 조사 보고 이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관광산업과는 온라인상에서 가격을 조사해 도지사에게 보고했다면서도 보고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관광산업과는 갈치구이 가격이 5만∼20만원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조사한 식당 중에 갈치구이 단품 메뉴 가격이 7만원인 곳이 있었으나 몇 인분인지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조사 보고서가 잘못됐거나 도지사가 보고서 내용을 잘 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가 무엇이었든 실제로 갈치구이 1인당 7만∼10만원을 받는 식당이 없다면 도지사의 발언은 제주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만 확산한 자책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 갈치구이 1인분 가격은 2만5천∼4만원
제주시 연동에 있는 A 식당의 갈치구이 1토막은 3만원이다. 이 식당의 통갈치구이는 10만원이다.
보통 대갈치 1마리를 3∼4토막 내서 먹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식당의 통갈치구이는 3∼4인분으로 볼 수 있다.
통갈치구이를 포함한 모듬회, 돔베고기, 전복갈비찜, 고등어조림, 전복미역국 세트 메뉴 한상은 4인 기준 24만원이다. 1인분 추가 가격이 6만원이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B 식당은 성게미역국이 포함된 2인용 통갈치구이 세트를 6만원 받는다.
성게미역국 포함 2∼3인용 중짜 통갈치구이 세트는 8만원, 성게미역국과 고등어조림 포함 3∼4인용 통갈치구이 세트는 11만원이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인근 C 식당의 중짜 통갈치구이는 5만원, 소짜 통갈치구이는 3만5천원이다. 이 식당은 중짜면 2인분이라고 했다.
제주공항 인근의 D 식당의 갈치구이 가격은 소 4만원, 중 6만5천원, 대 8만원이다. 이 식당의 갈치구이 정식 2인 한상은 8만원이다.
이들 식당을 기준으로 하면 갈치구이 단품 메뉴의 1인당 가격은 2만5천원에서 4만원 선이다.
이런 상황이어서 오영훈 도지사가 갈치구이 발언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갈치구이에 전복, 문어 등 해산물과 부수적인 메뉴들이 추가돼 전체적으로 가격이 상승해 고비용이 되므로, 부수적인 메뉴들을 없애는 방식으로 객단가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지사가 갈치구이 단품 메뉴 가격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세트 메뉴 가격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세트 메뉴 역시 1인당 7만∼10만원을 하는 곳을 찾을 수 없다면 도지사의 발언은 실언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령 도지사가 회의하는 과정에서 잘못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검증도 하지 않고 버젓이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 갈치구이가 제주관광 고비용 대표 사례?
갈치의 원가는 얼마일까? 그리고 제주 식당 갈치구이 가격은 정말 비싼 것일까?
갈치는 경매할 때 조업 과정에서 한 달 정도 냉동했던 '선동갈치'와 일주일가량 얼음에 재워 저장했던 '빙장갈치'로 나눠서 한다.
제주에서 갈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서귀포수협의 25일 기준 10㎏들이 한 상자 선동갈치 경매가는 9마리 35만3천원, 13마리 35만4천원, 19마리 29만2천원, 25마리 23만5천원, 33마리 13만6천원, 45마리 6만1천원이다. 크기가 큰 갈치가 담기면 상자 당 마릿 수가 적다.
빙장갈치는 9마리 40만5천원, 13마리 39만원, 19마리 37만9천원, 25마리 31만9천원, 33마리 21만8천원, 45마리 11만원이다.
수협 관계자는 경매하다 보면 갈치 크기가 크다고 무조건 가격이 높지는 않고, 빙장갈치가 선동갈치보다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갈치구이를 주메뉴 하나로 하는 식당들은 보통 13마리나 19마리짜리를 쓴다.
식당이 13마리짜리를 마리 당 4토막 내서 조리한다고 가정하면 10㎏ 1상자에 52토막이 나온다.
경매가를 기준으로 보면 선동갈치로 조리한 갈치구이 1토막 원가는 약 6천800원이고, 빙장갈치로 조리한 갈치구이 1토막 원가는 7천500원이다.
앞서 살펴본 식당 중 1토막에 3만원을 받은 식당의 경우 갈치 원재료 가격의 4배 이상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식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현재의 갈치 원재료 가격에 비춰 비싼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많다.
식당은 경매에서 낙찰받은 중매인에게 다시 웃돈을 주고 원재료를 구매해야 하고,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갈치는 원재료의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이어서 식당들은 수시로 소비자가를 조절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한 수산물 유통 전문가는 "갈치 19마리 한 상자에 6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었는데 식당 입장에서 보면 원재료 가격이 오른다고 마냥 올릴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원재료 가격 대비 소비자가는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제주의 음식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관광업계가 스스로 힘을 모아 바가지를 근절하고 관광객이 기쁘게 제주를 찾을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khc@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