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광주 이정효호의 돌풍은 8강까지였다.
광주는 26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알 힐랄과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에서 경기 시작 후 33분만에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 마르코스 레오나르도, 살렘 알 도사리에게 맥없이 릴레이 골을 허용하며 전반을 0-3으로 끝마쳤다.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클럽대항전에 진출해 기적과도 같은 8강 진출로 기대를 모은 광주는 아시아 최강 스쿼드를 자랑하는 알 힐랄과의 체급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후반에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말콩, 나세르 알 도사리, 압둘라 알 함단에게 실점하며 0대7 참패를 당했다.
이로써 광주의 ACLE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광주는 이미 ACLE 8강 진출로 상금 180만달러(약 26억원)를 확보했다. K리그1 우승상금(5억원)의 5배 이상을 벌어들이며 구단 재정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무엇보다 역사가 짧은 광주라는 구단을 아시아 전역에 알렸다. 이정효식 공격 축구의 매력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경기 전 "우승하고 싶다. 새로운 클럽하우스를 짓기 위해 우승해야 한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8강부터 결승까지 토너먼트를 사우디에서 모여 치르는 가운데 8강 한 경기를 치르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개바르거나, 개발리거나." 이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빠꾸' 공격적인 라인업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감독은 예고대로 공격적인 라인업을 꾸렸다. 정통 스트라이커없이 절정의 폼을 뽐내는 브라질 공격수 헤이스가 제로톱으로 출격했다. 올 시즌 ACLE에서 9골을 넣으며 공동 득점 선두를 달리는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가 우측면에 배치됐고, 반대편에는 돌파 능력이 뛰어난 가브리엘이 포진했다. ACLE 일정을 위해 입대를 미룬 박태준과 최경록 이강현이 미드필드 진용을 꾸리고, 조성권 변준수 민상기 김진호가 포백을 구성했다. 김경민이 골문을 지켰다.
알 힐랄의 스쿼드는 '아시아 최강'답게 화려했다. 호르헤 헤수스 알 힐랄 감독은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살렘 알 도사리, 말콩, 레오나르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후벵 네베스, 헤낭 로디, 칼리두 쿨리발리, 하산 탐바크티, 주앙 칸셀루, 부누로 베스트일레븐을 꾸렸다. 알 힐랄 선수단의 시장가치는 2950억원(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으로, 광주(140억원)의 20배 이상이다. 이 감독은 앞서 "조직력은 알 힐랄보다 우리가 낫다"라며 "꼭 우승해서 상금을 받아 클럽하우스와 웨이트장(체력훈련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광주가 초반 기세를 높였지만, 6분만에 선제실점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알 도사리가 광주 문전으로 띄운 공을 밀린코비치 사비치가 니어포스트에서 장신을 이용한 잘라먹는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8분 말콩의 대각 크로스가 박스 안에서 미트로비치의 이마에 닿았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광주는 높이 싸움에서 계속 밀리며 문자 그대로 '체급차'를 실감했다.
8분 광주가 첫번째 찬스를 잡았다. 헤이스가 상대 진영에서 공 소유권을 획득한 후 상대 문전으로 달려가는 아사니에게 공간 패스를 찔렀다. 공을 잡은 아사니가 일대일 찬스에서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부누의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기회 뒤에 위기가 또 찾아왔지만, 이번엔 주전 수문장 김경민의 '3연속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레오나르도가 광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페널티지역 우측에서 시도한 컷백을 알 도사리가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으나, 김경민 손에 걸렸다. 튕겨져나온 공을 미트로비치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김경민이 쭉 뻗은 팔에 막혔고, 사비치의 슛도 저지를 당했다.
하지만 김경민이 모든 슛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집요하게 광주의 왼쪽 측면을 파고 들던 알 힐랄이 25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사비치가 갈라준 공간 패스가 순식간에 광주 수비를 허물었다. 우측에서 공을 잡은 말콩이 땅볼 크로스를 찔렀고, 이를 레오나르도가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공을 골문 우측 하단으로 정확하게 꽂았다. 올 시즌 알 힐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사비치와 레오나르도가 연속골을 넣었다.
광주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33분, 역습 상황에서 레오나르도가 문전을 향해 달려가는 알 도사리에게 공간 패스를 찔렸다. 공을 잡은 알 도사리는 빠른 스피드로 수비의 추격을 뿌리친 뒤 달려나온 골키퍼를 피해 3번째 골을 넣었다. 당황한 이 감독은 35분만에 가브리엘을 빼고 오후성을 투입하며 빠르게 반격카드를 빼들었다. 40분 헤이스의 오른발 감아차기 슛은 위력없이 상대 골키퍼 품에 안겼다. 알 힐랄은 전반 42분 햄스트링을 다친 칸셀루를 빼고 야세르 알-샤흐라니를 투입했다. 전반 추가시간 2분 레오나르도의 중거리슛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전반은 알 힐랄의 3-0 리드로 마무리됐다.
알 힐랄의 벽은 높았다. 후반 초반, 잠시 볼 소유권을 높게 가져가긴 했으나, 잠시뿐이었다. 후반 5분 미트로비치의 중거리 슛이 골대 위로 떴다. 하지만 미트로비치는 후반 10분 찬스는 놓치지 않았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광주의 측면 수비를 또 허문 사비치는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찔렀고, 이를 미트로비치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득점했다. 후반 20분 말콩의 헤더는 골대를 살짝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광주 수비진은 또 속수무책으로 상대에게 측면을 내줬다.
이 감독은 후반 21분 이강현 최경록 조성권을 빼고 빠지고 주세종 박인혁 김한길을 투입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헤수스 감독도 후반 23분 레오나르도와 알 도사리를 빼고 카이오 세사르와 나세르 알 도사리를 투입했다. 후반 29분 말콩의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유달리 득점운이 없었던 말콩은 후반 34분 기어이 팀의 5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미트로비치와의 이대일 패스로 광주 수비진을 허문 뒤 달려나온 김경민의 방어를 피해 골문을 열었다. 집중력을 잃은 광주는 후반 39분과 43분 나란히 교체투입한 나세르 알 도사리와 압둘라 알 함단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41분 변준수가 벤치로 물러나고 안영규가 투입됐다. 광주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 한국-브라질전 양상과 비슷하게, 손도 써보지 못하고 7골차 대참패를 당하며 ACLE 도전을 마무리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