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새 구장에서 첫 등판인데 마치 자신이 던졌던 구장인 것처럼 더 잘던졌다.
KT 위즈 소형준이 지난해까지함께 했던 한화 이글스 엄상백과의 선발 맞대결서 판정승을 거뒀다. 소형준은 2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단 1안타와 1볼넷만 내주고 10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6이닝 1실점을 한 엄상백에게 1점차로 판정승.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뒤이어 나온 손동현이 노시환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해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지난 2023년 시즌 초반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후반에 돌아와 관리를 받아가며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소형준은 올시즌은 원래의 자리인 선발에서 예전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5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1.16을 기록 중. 평균자책점은 0.74를 기록 중인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에 이어 전체 2위, 국내 투수 1위에 올라 있다.
직전 키움전(19일)서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더니 이날도 10개를 잡아내 2경기 연속두자릿수 탈삼진을 처음으로 기록하기도.
투수들은 보통 예민한 편이라 작은 것에도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밟는 구장에서도소형준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 호투를 펼쳤다.
그런데 경기 후 만난 소형준의 반응은 달랐다. 새 구장이라 적응하는데 어려웠다고 했다. 소형준은 "처음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했다. 취재진이 믿지 않자 억울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진짜 어려웠다. 던질 때 포수를 보는 시야가 딱 잡혀야 되는데 잘 안잡혀서 그냥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바빴다. 5회부터는 포수에게 딱 집중이 되면서 코스, 코스를 보고내가 원하는 느낌으로 던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했는데 소형준은 1회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2회에도 이도윤에게 우월 3루타를 허용했지만 나머지 3명의 타자는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3회와 4회에도 모두 삼자범퇴. 5회엔 이진영과 이도윤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이재원을 1루수앞 땅볼로 처리했고, 6회엔 3명의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았다. 6회만 삼진이 없었다.
엄상백과는 전날 카톡으로 서로 선발인 것을 알았고 서로 잘던지자고 응원했다고. 소형준은 "선발 발표되기 전에 먼저 카톡으로 선발 나오냐고 형에게 물었는데 선발 나온다고 해서 서로 잘 던지자고 했다"면서 "경기 전에 캐치볼 할 때 옆에서 했는데 정규시즌 경기가 아닌 청백전 느낌이 나기도 했다"며 웃었다. 엄상백은 이날 6이닝 4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 이적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올시즌 선발로 돌아오자마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2년간 재활을 하면서 몸에 힘도 붙고 지쳤던 몸도 회복되면서 좋은 공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부상을 당해 힘들었던 시간을 긍정적으로 해석. 좋은 기록을 내는데 오히려 안본다고했다. "기록을 보면 자꾸 의식하게 될까봐 일부러 기록을 안보려고 한다"는 소형준은 "앞으로의 경기만 더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