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18개국 50명 동아리 만들어 토요일마다 연습 "다문화 이해"
회원들 "스트레스 풀고, 한국 전통문화 배우며 몸과 맘 바로 세워요"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활쏘기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유지해야 해요. 대신 정말 즐겁고 스트레스가 풀려요.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고요."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인조잔디운동장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겨 110㎝ 길이의 화살을 과녁으로 날려 보냈다.
어떤 여학생들은 히잡을 쓰고, 일부 남학생들은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렀다. 아직 활쏘기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해 난감해하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한 남학생은 신입 회원들에게 궁대(화살 보관용 허리띠)를 묶어주고, 활쏘기 자세를 잡아주고, 과녁판에서 화살을 뽑아주기도 했다.
한눈에 봐도 외국인들로 보이는 이들은 전북대에 유학 온 학생들로, 한국활(국궁) 동아리 '한활' 회원들이다.
한활은 국내 대학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궁 동아리로, 한국의 활쏘기 문화를 통해 여러 나라 학생이 즐겁게 어울리는 모임이다.
한활은 '한국 활쏘기, 큰 활, 하나의 활'을 줄여 표현한 것이다.
전북대는 한국 전통 활쏘기를 통해 외국 교환학생, 학부생, 대학원생들이 서로 어울리는 한편 학업과 이질적인 문화로 겪는 스트레스를 풀도록 한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한활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2시간가량에 걸쳐 활쏘기 복장 갖추기부터 기본자세 잡기, 예절 갖추기, 화살 날리기 등을 반복한다.
체육교육학과 김산 교수가 주로 지도하고 때때로 선배 동아리 회원이 도움을 준다.
김 교수는 동아리 '한활'을 외국 학생들이 어울리고 특히 한국 전통문화를 즐기고 이해하는 '어울림 판'이라고 소개했다.
한활은 2015년 전북대 체육교육과 내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2023년부터 대학 정식(중앙)동아리가 됐다.
카본 재료의 활과 화살 등 필수 장비는 문화재청 펀드와 전북대 지원으로 마련했다.
한활 회원은 18개 나라의 학생 50명가량으로, 전북대에 유학 온 지 3년 이내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활쏘기를 배우려는 학생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동아리 회원 중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뿐 아니라 멀리 이집트나 브라질에서 온 학생도 있다.
이들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의사소통하고 활쏘기, 궁도, 한국 문화와 예절 등에 관한 우리말도 익히고 있다.
회장인 베트남 출신의 도 응우옌 타오 친(26·재료공학과)씨는 "친구들과 한 발 한 발 활을 쏘다 보면 정말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나라와 전공이 다른 학생, 석사·박사과정 유학생과도 쉽게 친구도 된다"며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연신 화살을 날렸다.
그는 화살을 쏘고 서로 눈을 맞추며 연습하다 보면 친구가 되고, 활쏘기를 비롯한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국을 더 배우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날 화창한 봄 날씨 속에 진행된 활쏘기 연습에는 8개국의 학생 15명 정도가 참가했다.
이집트에서 유학 온 하디르(33)씨는 발사대에 서서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겼지만 화살은 100m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수의학 박사과정 전공자로 한활에 가입한 지는 3개월째다.
하디르 씨는 "아직 활쏘기가 힘들고 활쏘기 자세도 별로지만, 이 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진다"면서 한국 활쏘기를 배우는 것은 물론 여러 나라 친구를 사귀게 된 동아리 활동에 만족해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지샨(25·화학공학과)씨는 2년 차 동아리 회원으로, 능숙한 자세로 145m 거리의 과녁 중심부에 곧잘 화살을 맞히는 '에이스 궁사'다.
신입 회원들에게 궁대 묶기와 활쏘기 자세 등을 선보이고 가르치기도 한다.
지샨 씨는 "저도 배우는 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활쏘기 솜씨가 발전하고 있다. 활쏘기는 매우 건강한 활동이며, 다국적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어울리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라며 '엄지척'을 했다.
그는 "목표를 정확히 겨냥하고 마음을 집중해야 과녁을 맞힐 수 있다"면서 "이런 활동이 매우 좋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며 국궁의 장점을 열거했다.
한활 회원들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대학생 궁도대회의 단체전에 참가해 자신들의 실력을 한껏 뽐낼 계획이다.
매년 단체전에 참가해 실력과 단결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활 회원들은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을 기대한다.
김산 교수는 "다국적 학생들이 한국 국궁으로 어울리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갖는다"면서 많은 유학생이 활쏘기를 배우고 맘껏 즐기는 전용 활터가 대학 안에 꼭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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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