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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1위' 롯데 전민재 "팬들께 사인은 최대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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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백업에서 롯데 이적 후 주전 유격수 도약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내야수 전민재(25)는 생애 첫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인사를 드렸는데,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라고 걱정했다.
기우였다.
지난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방문 경기 2회초, 전민재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1루 쪽 두산 팬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주심은 홈플레이트를 훔치며 전민재에게 인사할 시간을 줬다.
두산 팬들은 함성과 박수로 전민재를 환영했다. 두산에서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지만, 팬들은 늘 전력 질주하던 전민재의 모습을 기억했다.
롯데 팬들은 더 큰 함성으로 '주전 유격수' 전민재를 응원했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전민재는 "반갑게 맞아주신 두산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 롯데 팬들께는 늘 감동하고 있다"며 "26일 경기 전에 두산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 코치진과도 인사했다"고 떠올렸다.
전 동료였던 두산 선수들은 전민재에게 "왜 이렇게 잘하냐"라고 물었다. 전민재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었다.
최근 전민재는 거의 매일 '기록 향상의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2018년 2차 4라운드 4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전민재는 백업 내야수로 머물다가, 지난해 11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두산은 불펜 투수 정철원과 전민재를 롯데에 내주고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 발표 때는 '신인왕 출신' 정철원의 이적이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전민재는 올 시즌 초반 KBO리그가 주목하는 유격수로 부상했다.
28일 현재 타율 0.378(90타수 34안타)로 타격 선두를 달리고, 출루율 9위(0.417), OPS(출루율+장타율)도 0.906으로 10위에 자리했다. 29경기에서 10번이나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쳐, 이 부문 공동 5위에도 올라 있다.
'수비 능력을 갖춘 유격수'라는 점이 전민재를 더 돋보이게 한다.
전민재는 "나도 명확하게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생각을 편하게 하고,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타격 훈련을 할 때처럼 50%의 힘으로 스윙하는데, 콘택트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타석에서 결과가 나오니까, 수비도 더 과감하게 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비결을 말할 때마다 전민재는 "운이 좋았다"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올 시즌 전민재의 고타율을 만든 건 노력과 시간이다.
임훈 롯데 타격코치는 "전민재가 예전에는 공을 맞히는 데 주력했다"며 "스프링캠프부터 자신에게 잘 맞는 스윙 궤도를 연구하고 훈련했다. 그 노력이 올 시즌 빛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민재가 지난해 백업으로 1군에서 100경기를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누적된 경험이 올해 롯데에서 성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재는 "스프링캠프에서 스윙 궤도를 수정했고, 새로운 스윙에 내 몸에 익었다"며 "지난해 100경기 경험이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기도 했다"고 코치와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백업에 머물던 전민재는 올해 주전으로 도약하면서 매일 행복감을 느낀다.
그는 "정말 행복하다. 늘 기분 좋게 야구장에 출근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식당 옆 테이블에서 "요즘 롯데 전민재가 잘하더라"라고 말하는 팬의 목소리도 들었다.
짜릿한 경험이 이어지지만, 내성적인 전민재는 기쁨을 겉으로 표현하는데 서툴다.
옆 테이블에서 자신을 칭찬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도 쑥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을 숨겼다.
대신 전민재는 출퇴근 길에 팬들에게 사인을 충분하게 해줄 생각이다.
전민재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팬에게 사인을 해드리려고 한다"며 "그렇게나마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