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10년만에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미국의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면서 홍역이 다시 풍토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MMR 백신 접종률은 2019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네이선 C. 로 스탠퍼드대 박사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률 감소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MMR 백신 접종률이 10% 감소하면 25년간 홍역이 1110만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감소하고 있고 현재 어린이 백신 접종 일정을 줄이기 위한 정책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특히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백신 정책 불신과 잘못된 정보 등으로 백신 접종률 감소가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백신 정서 증가는 미국에서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며 2024년 이후 서부 텍사스주 등에서 홍역이 급증했고, 어린이 입원 건수도 크게 늘었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2월 텍사스주에서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학령기 아동이 사망했다. 미국에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최근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고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오른 가운데 홍역 사망자가 나오면서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최근 몇 달간 간 미국에서도 홍역 환자가 증가세"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주로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홍역은 전염성이 강하며 발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실명, 폐렴, 뇌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어린이들이 특히 취약하다. MMR 백신 접종이 홍역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역별 인구통계, 집단 면역 수준, 감염병 수입 위험 추정치 등을 변수화해 백신 접종률 감소가 25년간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감염병의 수입 및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백신 접종률은 2004년부터 2023년까지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 결과 현재의 MMR 백신 접종률이 유지될 경우 홍역이 향후 25년간 85만1300건이 발생, 풍토병으로 재정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MR 백신 접종률이 10% 떨어지면 홍역 발생은 1110만 건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풍진이나 유행성이하선염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다른 감염병들은 현재 접종률이 유지되면 풍토병으로 재정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백신 접종률이 현재보다 50% 감소하면 더 많은 감염병이 풍토병으로 재정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홍역은 향후 25년간 5120만 건이 발생하고 풍진과 소아마비도 각각 990만 건과 430만 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홍역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4.9년, 풍진은 18.1년, 소아마비 19.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아동 백신 접종률이 감소하면, 예방 가능한 감염병들이 다시 풍토병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고 특히 홍역은 현재 접종 수준에서도 재유행할 위험이 있다"면서, "높은 수준의 아동 백신 접종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