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1경기, 2연투 9회, 3연투 3회. 롯데 자이언츠 2년차 정현수(24)가 벅찬 일정에 시달리고 있다.
정현수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도 등판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3-6으로 뒤진 5회말 무사 1루에 등판,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오명진에게 2루타, 강승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다음 투수 김상수가 희생플라이에 이어 적시타를 허용해 2실점이 기록됐다.
그래도 평균자책점이 3.55애 불과하다. 올시즌 성장세가 놀랍다. 지난해 1군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23⅔이닝 경험을 쌓았고, 시즌 직후 핵심 유망주로 분류돼 일본 지바롯데 마무리캠프에 유학을 다녀오는 등의 과정을 거친 효과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지난해에도 좌완 불펜을 두고 고민했다. "오른손 왼손 상관없이 잘 던지면 된다"면서도 못내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베테랑 진해수를 영입했지만, 노련미는 있으되 구속이 느린게 약점이었다.
정현수는 시즌초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용됐지만,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브릿지. 혹은 필승조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김태형 감독도 "정현수는 좀더 길게 가도 된다. 너무 많은 경기를 던지고 있어 걱정이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해주고 있다"고 말할 만큼 눈도장도 확실히 찍었다.
사령탑의 말처럼 정말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30경기를 치렀는데, 정현수는 그중 무려 21경기에 출전했다. 소속팀 경기의 70%에 정현수 이름 세글자를 새긴 것.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100경기를 나오게 된다. 차후 관리를 통해 페이스를 늦추겠지만, 현재 이부문 최다 기록인 85경기(2004 류택현 50⅔이닝, 2008 정우람 77⅔이닝)를 넘어설 기세.
이닝은 아직 12⅔이닝에 불과하지만, 2연투, 3연투 횟수 역시 리그 1위다. 시즌초 페이스가 '위험수뷔'임은 분명하다.
송재영이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두산전에선 오명진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등 부진했다. 송재영조차 대체할 선수가 아직 없는데, 정현수의 존재감이 클수밖에.
특히 정철원 혼자 분전하는 필승조 라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준용이나 구승민의 1군행 소식이 아직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베테랑 박시영이 그나마 최근 분전해줬지만, 확실한 필승조의 존재감은 아직이다.
김태형 감독은 구승민에 대해 "구승민 정도면 등판 기록 정도는 내가 찾아본다. 다만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좋아졌다'는 보고가 올라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최준용 역시 "불펜피칭 단계다. 일단 라이브피칭을 시작해야 1군 등록 시기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