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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페르시아고양이-퍼그 비슷한 머리 형태는 수렴진화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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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가축화 후 집중 번식으로 수백 년 만에 두개골 비슷하게 진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조상이 5천만년 전 갈라진 페르시아고양이와 퍼그종 개는 얼굴이 납작한 단두형(brachycephalic)으로 머리 형태가 비슷하다.
두 반려동물의 두개골이 비슷해진 것은 가축화 후 집중 번식과정에서 선택 압력이 작용, 관련 없는 동식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특성을 진화시키는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가 일어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와 워싱턴대 연구팀은 29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고양잇과 및 갯과, 육식목(Carnivora) 동물의 두개골 1천800여개를 분석, 가축화된 종인 단두형 고양이와 개에서 수렴진화 사례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워싱턴대 애비 드레이크 박사는 "페르시아고양이와 퍼그, 페키니즈 개는 모두 납작하고 짧은 얼굴 등 매우 유사한 두개골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인간이 동일한 선택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거의 동일하게 보일 정도로 수렴 진화했다"고 말했다.
수렴 진화는 새와 박쥐, 곤충의 날개처럼 서로 관련이 없는 동물들, 또는 같은 종 내의 다른 아종들이 비슷한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형질을 진화시키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가축화된 종의 경우 진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 대해 자연환경과는 다른 통찰력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가축화 과정의 인위적 선택이 수렴을 초래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가축화된 고양이(Felis catus)와 개(Canis familiaris)의 두개골 진화에서 일어난 수렴과 발산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개와 고양이, 야생고양이(Felis silvestris), 늑대(Canis lupus), 갯과 및 고양잇과 동물, 식육목(Carnivora) 동물 등의 두개골 1천810개에서 3D 특징 47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축화된 단두형 개와 고양이 종 내에서뿐만 아니라 서로 완전히 다른 종인 갯과와 고양잇과 동물 사이에서도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처럼 짧은 얼굴을 가진 단두형 종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수렴 진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개와 고양이는 5천만년 전 진화적으로 분리됐음에도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는 같은 종 내의 다른 품종이나 조상보다 서로 더 비슷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수렴 진화했다며 이는 가축화된 종에서는 이전에 관찰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육을 통한 인위적 선택은 고양이와 개 모두에서 놀라운 다양성을 만들어냈지만, 개의 다양성이 훨씬 더 극단적이라며 개는 종 자체로서 전체 식육목(Carnivora)보다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드레이크 박사는 "가축화된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 진화했음에도 이렇게 큰 진화적 변이를 보인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수백만 년 걸리는 진화를 동물들을 극한으로 밀어붙여 몇백년 만에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단두형 품종들을 너무 극단적으로 만듦으로써 이들은 호흡, 식사, 출산 문제에 취약하게 됐다"며 "결국 이들은 야생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 출처 : PNAS, Abby Grace Drake et al., 'Copy-cat evolution: Divergence and convergence within and between cat and dog breeds', https://www.pnas.org/cgi/doi/10.1073/pnas.2413780122
scitec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