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택연 후배님, 꼭 친해지고 싶어요."
최근 'MZ 세대' 프로야구 선수들은 매사 거침이 없다. 야구도 주눅들지 않고 잘하고, 인터뷰 등에서도 자신들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말 그래도 '자기 어필' 시대다. 보기 좋다. 프로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려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다른 팀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비교적 자유로운 요즘이다. 지금 고참금 선수들은 웬만해서는 타 팀, 타 선수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물론, 요즘 젊은 선수들도 비판, 비난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봤을 때 정말 야구를 잘한다고 하면 '리스펙트'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의의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는다.
키움 히어로즈는 꼴찌지만, 그래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미래를 밝히고 있다. 그 선두 주자는 마무리 주승우다. 최근에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대졸 1차지명 선수. 2022년 키움 입단 후 두 시즌은 허송세월을 보내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55경기 4승6패5홀드14세이브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키움이니 마무리 하는 것 아닌가'라는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올해 주승우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9경기 2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2.16으로 특급 마무리 수준의 구위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으며, 9경기 중 실점이 있었던 건 1점씩 두 번 뿐. 또 그 두 번 중 한 번은 세이브를 따냈다.
일단 150km의 강속구를 자신있게 뿌린다. 지난해에는 '맞으면 어쩌나'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 보였다면, 올해는 '칠테면 쳐봐라' 강심장 모드다. 여기에 변화구와 제구 능력 모두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세이브는 사진이 잘한다고만 해서, 기록이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팀 성적이 좋아야 유리하다. 이기는 경기가 많을수록 세이브 기회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 주승우는 28일 기준, 세이브 5위인데 이 부문 5걸 중 한자릿수 경기 소화는 주승우 뿐이다.
하지만 주승우는 기죽지 않는다. 그는 "내가 경쟁에서 불리하다거나,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팀 상황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 세이브 기록은 아무 상관 없다. 감독님이 던지라고 하시면 언제든 던질 수 있다. 또 나가는 경기가 적다보니 오히려 체력도 관리되고 올라가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주승우는 박영현(KT) 정해영(KIA) 김택연(두산) 김서현(한화) 등 젊은 마무리 투수들의 대거 등장과 치열한 경쟁에 대해 묻자 "경쟁 의식은 없다. 원래 남을 잘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다만, 구위만 놓고 보면 김서현 선수와 김택연 선수가 공이 너무 좋더라. 어떻게 저리 던지냐 생각이 들 정도다. 나도 한 단계 더 올라서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주승우는 마지막으로 "그 중 최강자는 누구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김택연"이라고 답했다. 이어 "친분이 전혀 없는 사이인데, 정말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올스타에 뽑혀, 올스타전에서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에는 "그렇게라도 김택연 선수에게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키움은 지난해 일취월장한 '캡틴' 송성문이 올스타전에서 평소 좋아하던 김도영(KIA)을 만나 훈훈한 시간을 가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송성문이 한참 선배지만, 야구를 사이에 두고는 거리낄게 없었다. 참고로 주승우는 2000년생, 김택연은 2005년생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