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벌써 데뷔 8년차다.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입단한 포수가 당당히 1군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정보근(26)이 그 주인공이다. 1년에 한달은 '정월 대보근'으로 변신한다. 올해도 '80억 포수' 유강남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백업이 되기 위해 야구하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고교 시절 난다 긴다 하는 야구 천재들이 모이는 무대가 바로 프로야구다. 그 와중에 1군 한자리를 차지한 재능이다.
침울했던 얼굴에 요즘은 미소가 감돈다. 정보근은 "지난해부터 확실히 타격에 자신감이 붙었다. 임훈 코치님, 이성곤 코치님이 방향을 잘 잡아주신 덕분에 연습 때부터 감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완전체 포수'에 가까워 지기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해왔다. 한때 시즌 타율 1할대를 면치 못했던 '물방망이'였는데, 어느덧 통산 타율이 2할을 넘어섰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타율도, OPS(출루율+장타율)도 한층 더 끌어올렸다.
2023년 8월에는 한달간 홈런 하나 포함 타율 4할3푼9리(41타수 18안타) 9타점을 몰아치며 '정월 대보근'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제 필요할 때 적시타를 치는 모습은 생소하지 않을 정도다.
"그땐 너무 좋았다. 내가 그렇게 치는 날이 올 거란 생각도 못했다. 이제 '아름다운 한달'이 아니라 좀더 길고 꾸준히 잘 치는 타자가 되고 싶다. 매 타석 결과를 떠나 후회 없이 하고 싶다. 설령 잘 안돼도 티내지 않는다."
타자 뿐 아니라 포수로서도 성장하고 있다. 명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포구부터 볼배합, 투수와의 소통까지, 사령탑이 던지는 한마디 조언이 금과옥조다. 정보근은 "지금도 열심히 공부중이다. (유)강남이 형한테도 배우고, 감독님 말씀도 잘 새겨듣고 있다. 들을 땐 잘 모르지만, 나중에 그 의미를 알고 응용하는 경우도 많다. 결과가 잘 나오면 그게 다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1군에 오래 머무르다보니 자신감이 붙고 있다. 유강남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정기적인 휴식이 필요한 선수. 정보근의 존재가 롯데에게 한층 더 든든한 이유다.
드래프트 동기 장두성이 꼽은 가장 의지하는 동료기도 하다. 정보근이 9라운드, 장두성이 10라운드에 뽑혔기에 더욱 각별하다. 정보근은 "내가 9라운드에서 뽑힌 선수인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면서 웃은 뒤 "우리 둘다 드래프트 순위가 낮았는데, 이렇게 1군에서 같이 뛰니 힘이 난다. 든든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동갑내기 전민재가 합류하면서 3총사가 됐다.
"요즘 (전)민재가 정말 잘하고 있다. 나와 두성이도 1군에서 뛰고 있다. 꾸준히 버티다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또 때를 기다리는 건 자신 있다.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땀을 흘리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