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주로 임산부에게서 발병되는 희귀암이 남성에게서 발견돼 의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 마라대학교 의대병원 의료진은 52세 남성 환자의 희귀한 고환암 사례를 미국 SCI급 저널인 '아메리칸 저널 오브 케이스 리포트(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최근 게재했다.
이 환자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나는 부위인 복부 오른쪽 아랫부분이 통증 없이 부어올라 병원을 찾았다. 부기는 약 3개월 동안 점점 커졌다고 했다.
검사 결과, 길이 20㎝, 너비 11㎝, 깊이 10㎝의 종기가 서혜부(사타구니)에서 음낭까지 확장돼 있었다.
추가 검사에서는 BHCG(베타 인간 융모성 생식샘 자극 호르몬, Beta-Human Chorionic Gonadotropin) 수치가 236에서 335 IU/L 사이였다.
BHCG는 임신 초기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된 후 생성된다.
임신하지 않은 여성의 BHCG 수치는 일반적으로 5IU/L 미만이고 건강한 남성은 2IU/L 미만이다.
그의 수치는 임신 4주 된 여성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복부와 골반에 대한 조영제 강화 컴퓨터 단층촬영(CECT) 검사를 한 결과, 림프절, 간, 폐, 뼈로 이미 전이된 고환암이 확인됐다.
조직병리학적 검사에서도 림프혈관 침범의 존재를 동반한 고환 융모암이 확인됐다.
융모암은 악성 종양의 일종으로, 태반을 형성하는 융모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발생한다.
자궁에 태반이 형성되면 태반 안쪽에 제대와 태아가 연결된다. 태반 외측에는 융모라고 불리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조직이 자궁벽과 연결되어 있다. 태아는 융모를 통해 어머니의 혈액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암은 주로 임신과 관련된 상황에서 발생하며, 포상기태(임신 중 비정상적인 태반 조직 성장)와 같은 상태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많다.
마라대 의대병원 의료진은 초기 치료를 시행했지만 수술 및 화학요법 2개월 후 발작 증상이 나타났고, 이후 컴퓨터 단층 촬영(CT) 스캔에서 뇌 전이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3명의 자녀를 둔 그는 불행히도 진단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융모암 증후군으로 인해 숨을 거뒀다.
이번 사례를 보고한 의료진은 "고환 융모암은 희귀하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심각한 임상적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다학제적인 치료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