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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현실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전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원우 감독의 리더십이 어떤 방향성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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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8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몇몇 선수가 삭발을 하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연패가 길어지자 이대호 최준석 윤길현 손승락 등 고참급 선수 4명이 머리를 짧게 깎고 의지를 다진 것이다. 조원우 감독이 전날 먼저 머리를 깎아 결의를 보여준 터였다. 하지만 롯데는 이날도 무너지는 마운드를 어쩌지 못하고 대패를 당해 6연패에 빠졌다.
팀이 부진할 때 선수들이 삭발하는 것은 꽤 오래된 문화다. "열심히 하겠다", "꼭 이기겠다"처럼 말로 의지를 다지는데는 한계가 있다. 행동 또는 겉모습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의지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 선수들이 삭발하고 운동장에 나타나면 전투 의지만큼은 높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삭발과 성적은 별 상관이 없다. 삭발하고 난 뒤 팀성적이 좋아졌다는 통계적 근거는 없다. 일종의 '징크스' 정도다.
그렇다 해도 의지를 다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삭발 말고는 거의 없다. 때로는 구단 차원에서 코칭스태프를 개편하기도 한다. 롯데는 지난 5월 16일 훌리오 프랑코 1군 타격코치를 2군으로 강등시켰다. 대신 1군 보조 타격코치인 김대익 코치를 메인으로 올리고, 2군서 김승관 코치를 불러 보조코치 역할을 맡겼다. 당시 롯데는 극심한 타선 부진으로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다. 코칭스태프를 흔드는 것은 분위기 쇄신을 위함이다. 하지만 이 또한 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롯데는 코칭스태프 개편 후 얼마간 타선이 살아나기는 했다. 그러나 6월 들어 롯데 타선은 다시 침체에 빠져들었다.
삭발과 코칭스태프 개편이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다. 의지 표현은 자유이며 그것은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긍정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
허나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다. 시즌 개막 전 롯데는 객관적 전력상 유력한 5강 후보로 꼽힌 팀은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들 실력 자체가 큰 기대를 갖기 어려웠고, 전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마운드가 여전히 불안했다. 이대호가 돌아와 타선의 무게감은 나아질 지 몰라도 전체적인 공격의 짜임새는 썩 좋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는 시즌 초반 선두권 경쟁에 참여하며 이런 걱정들을 불식시켰다. 15경기를 치른 4월 18일 9승6패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약해 보였던 마운드가 젊은 선발들을 중심으로 꽤 안정적이었던 시기다. 5월 5일부터 14일까지 7경기서 1승6패로 하락세를 그리며 9위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10경기에서 8승2패로 반격에 성공하며 다시 5위로 복귀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힘이 있어 보였다.
지금의 롯데가 4월 또는 5월의 롯데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선수단 내에서는 리더, 즉 감독이 끌고가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패하면 패할수록 선수들의 의욕은 떨어지고 팀은 우왕좌왕한다. 이럴 때 감독에게 쏠리는 시선은 날카로울 수 밖에 없다.
조원우 감독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 지에 관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부상 선수가 많기는 하지만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냉정하게 평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게 한 두 명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다. 선수들에게 전해지는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할수록 좋다. 방향성을 갖고 차분하게 현실을 짚어봐야 한다. 아직 시즌은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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