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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영표 "10승 못해도 된다. 남은 경기 모두 QS"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8-23 05:34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10승은 아닙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나. kt 위즈 선발투수 고영표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시즌 초반 순항하던 고영표는 5월19일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야구가 꼬이기 시작했다. 넥센 경기 패전을 시작으로 12경기 승리가 없었다. 8패만 쌓였다. 잘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으며 스스로 무너진 경기도 있었다. 4승3패이던 시즌 성적이 4승11패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다 8월이 되고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6일, 그리고 13일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2연승을 챙겼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운까지 따랐다.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경기가 강우콜드 선언 되며 5⅓이닝 완투승을 따냈다.

이제는 kt에 없어서 안될 선수가 됐다. 외국인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와 함께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없었다면, kt는 현재 더욱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고영표는 최근 상승세에 대해 "정말 뜻밖의 일로 다시 페이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고영표는 "언젠가부터 구위가 조금 떨어졌다는 걸 느꼈다. 체인지업도 상대 타자들이 다 쳐냈다. 왜 그럴까 정말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말하며 "주변에서는 여름철 체력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정말 솔직히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좋았을 때처럼 공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영표는 "경기가 너무 안풀리다보니 SK전(6일)을 앞두고는 아예 생각을 바꿨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그냥 막 던졌다. 그런데 경기 중 좋았던 밸런스가 잡히더라. 결국, 너무 생각이 많았던 탓이다. 연습은 생각을 갖고 하되, 실전은 아무 생각 없이 던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3연승을 거둔 경기를 보면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타자 앞에서 기가 막히게 떨어졌다. 만약, 체력 문제였다면 단기간 내 회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영표는 자신의 여름철 부진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김진욱 감독도 "너무 폼을 신경쓰며 던진다. 생각이 많다"고 지적했었다. 그는 "너무 잘하려다 보니 부진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기에, 지금 다시 좋은 모습을 회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오랜 시간 승수를 쌓지 못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고영표는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나는 그저 선발투수로 계속 경기에 나가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하며 "승리에 집착하면 그동안 유지해왔던 모든 게 무너진다. 조급해지면 안된다고 늘 내 자신을 다독인다"고 말했다.

그래도 10승을 채우면 좋은 일이다. 10승투수는 선발투수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 훈장 중 하나다. 선발 풀타임 첫 해 10승 투수가 된다면, 그것도 꼴찌팀에서 10승을 한다면 고영표에게는 엄청난 메리트가 될 수 있다. 고영표는 이에 대해 "올시즌 5경기 정도 더 나갈 것 같은데 목표는 하나다. 5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있다. 150이닝을 꼭 채우는 것이다. 3승이 더해지면 10승인데, 내 할 일을 하고 팀의 힘이 하나로 모아지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133⅔이닝을 투구했으니, 남은 5경기에서 16⅓이닝을 채우면 된다. 이변이 없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다.


고영표는 마지막으로 kt의 미래 에이스로 불리우는 것에 대해 "책임감이 든다. 부담은 안된다. 왜냐면 진짜 그렇게 되는 게 내 야구 인생 목표이기 때문이다. 팀 마운드를 리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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