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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100'은 강타자를 상징하는 지표다.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을 꾸준히 때린다면 경지에 오른 타자라고 봐야 한다. 이런 타자에게는 연봉을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계약금이 50억원, 4년간 연봉이 25억원씩이다. KBO리그 역대 최고 몸값으로 다른 선수들과 수준 자체가 다르다. 이대호 다음으로 높은 대우를 받는 선수는 최형우(4년 100억원), NC 다이노스 박석민(96억원), LG 트윈스 차우찬(95억원), KIA 윤석민(90억원), 최 정(86억원) 순이다. 계약 당시 롯데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4년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결코 미약하지 않은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롯데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해 몸값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FA(자유계약선수) 몸값 상승 현상에 덧붙여 '해외파' 프리미엄이 적용됐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올해 타석에 설 때마다 야구계 안팎의 '평가'라는 명목 아래 쏟아지는 날카로운 시선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올시즌 누적 성적을 보면 해외 진출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타를 치는 순간 쏟아지는 야유의 수준은 다른 선수들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제 이대호는 후반기 레이스가 한창인 지금도 이같은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는 고연봉 선수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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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선수단 주장인 이대호는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와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 책임감이 두 배다. 실질적인 선수단 리더이며, 후배들에게는 적어도 흠모 또는 동경의 대상이다. 플레이 뿐만 아니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즘 롯데는 가장 '핫한' 구단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월 들어 급상승세를 타며 4위로 점프한 롯데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이대호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후반기 이대호는 전반기와 비교해 확실히 달라졌다. 특히 찬스에서의 활약상이 기대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호는 8월 26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10홈런, 25타점을 올렸다. 올해 월간 단위 기준서 홈런과 타점 모두 최다 기록이다.
롯데 자이언츠 출입 기자들은 야구장에 나가면 항상 조원우 감독에게 이대호의 요즘 활약상을 평해달라고 요청한다. 특히 활약이 부진한 기간에는 질문이 더 집요해진다. 그때마다 조 감독은 "지금 안 맞고 있을 뿐이지 워낙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책임감이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3할을 치고 있지 않은가"라고 답한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이대호를 그 이외의 다른 표현으로 평가하기도 사실 힘들다.
이대호 복귀 첫 시즌 롯데가 가을잔치에 나간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롯데 구단은 그에게 쏟아부은 투자금의 1년치는 회수했다고 자부할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