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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가 내부FA 정의윤(31)과 지난 7일 계약을 했다. 4년간 총액 29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9억원은 거액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이점이 있다. 29원중 계약금 5억원, 연봉총액 12억원, 옵션이 12억원이다. 보장금액은 17억원이다.
올해 FA시장은 한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빈익빈 부익부다. 대어급은 4년간 실수령액 기준으로 100억원을 넘기고, 80억원도 깜짝 놀랄 수준은 아니다. 일시불로 받는 계약금은 절반을 넘어섰고, 옵션 금액은 아예 발표조차 하지 않는다. 옵션 조건 역시 땅짚고 헤엄치기 수준인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은 선수 입맛대로다.
하지만 준척급은 찬바람이 씽씽 분다. 구단들은 나서지 않는다. 어차피 보상금, 보상선수를 내주고 데려갈 타팀이 없다는 것을 꿰뚫어 봤다. 급할 것이 없다. 차일 피일 협상을 미루며 선수가 기대치를 내려놓기만을 기다린다. 최준석 이우민 채태인 이대형은 원소속팀들이 아예 보상선수를 안 받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선수를 배려한 조치지만 돌려 말하면 '우리는 관심이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 아니다.
옵션은 구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걱정을 덜어줄 수는 보호장치다. 선수에게는 분명 마이너스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동기부여라고 여긴다면 못할 것도 없다. FA를 신청할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자신의 능력치와 몸의 한계치를 잘 안다. 실현 가능한 옵션 범위를 설정한 뒤 구단과 협상에 임하면 협상 테이블은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준척급 선수들 입장에선 엄청난 보장금액을 받아든 대어급 동료 FA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비정상적인' KBO리그 FA시장의 단면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