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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윤 옵션 12억원, 준척급 FA협상 돌파구 될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12-08 13:15


SK 와이번스와 4년간 옵션 포함 29억원에 FA 잔류계약을 한 정의윤. 스포츠조선DB

SK 와이번스가 내부FA 정의윤(31)과 지난 7일 계약을 했다. 4년간 총액 29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9억원은 거액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이점이 있다. 29원중 계약금 5억원, 연봉총액 12억원, 옵션이 12억원이다. 보장금액은 17억원이다.

정의윤은 31세로 젊고 지난해 타율 3할1푼1리에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팀의 4번 타자였다. 올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타율 3할2푼1리 15홈런 45타점을 올린 거포다. 옵션은 달성조건에 따라 쉽거나 어려울 수 있지만 선수들은 죄다 꺼린다. 확보한 돈과 확보해야할 돈은 전혀 다르다. "야구 몰라요"라는 말은 승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은 부상 위험, 슬럼프에 늘 노출돼 있다.

정의윤은 구단과의 협상 줄다리기 끝에 돌파구를 찾아 합의점을 마련했다.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성과만큼 몫을 챙기기로 했다.

올해 FA시장은 한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빈익빈 부익부다. 대어급은 4년간 실수령액 기준으로 100억원을 넘기고, 80억원도 깜짝 놀랄 수준은 아니다. 일시불로 받는 계약금은 절반을 넘어섰고, 옵션 금액은 아예 발표조차 하지 않는다. 옵션 조건 역시 땅짚고 헤엄치기 수준인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은 선수 입맛대로다.

하지만 준척급은 찬바람이 씽씽 분다. 구단들은 나서지 않는다. 어차피 보상금, 보상선수를 내주고 데려갈 타팀이 없다는 것을 꿰뚫어 봤다. 급할 것이 없다. 차일 피일 협상을 미루며 선수가 기대치를 내려놓기만을 기다린다. 최준석 이우민 채태인 이대형은 원소속팀들이 아예 보상선수를 안 받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선수를 배려한 조치지만 돌려 말하면 '우리는 관심이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 아니다.

정의윤의 옵션 12억원은 준척급 FA들에게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구단이 미래가치를 낮게 보고 투자할 생각이 없다면 일한만큼 받겠다고 전향적으로 들이대는 것도 나쁘지 않다. FA 시장은 계량화된 시장논리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 3할타율 타자는 10억원을 받지만 2할9푼 타자는 채 3억원을 못받을 수 있다. 영입경쟁이 있으면 몸값이 몇배로 뛰지만 경쟁이 없으면 후려치기를 당한다.

옵션은 구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걱정을 덜어줄 수는 보호장치다. 선수에게는 분명 마이너스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동기부여라고 여긴다면 못할 것도 없다. FA를 신청할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자신의 능력치와 몸의 한계치를 잘 안다. 실현 가능한 옵션 범위를 설정한 뒤 구단과 협상에 임하면 협상 테이블은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준척급 선수들 입장에선 엄청난 보장금액을 받아든 대어급 동료 FA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비정상적인' KBO리그 FA시장의 단면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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