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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일 열린 KBO리그 시상식.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상을 차지한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무대에 오르자, 어머니 정정민씨는 굵은 눈물을 훔쳤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버지(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그늘 속에서 편견을 실력으로 이겨내고 새 역사를 쓴 아들의 모습은 어느 부모가 봐도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어릴 때 어머니와 주로 있었기 때문에 추억도 많고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마음이 간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면서 어머니가 싫은 소리를 많이 들으셨지만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잘 해주셨다. 감사한 분이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정후는 이 위원이 주니치 드래곤즈(일본)에서 활약할 당시 태어났다. 이국에서 긴 시즌을 보내는 남편과 떨어져 아들을 키운 정 씨다. 아들이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주변의 시선 속에서 올곧은 선수로 뒷바라지하기 위해 겪은 마음고생 역시 헤아리기 어렵다. 오늘날의 이정후가 있기까진 아버지가 물려준 재능 뿐만 아니라 흔들림 없이 프로의 길까지 걸을 수 있게 도와준 어머니 정 씨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장 감독은 "정후가 부모님께 너무 좋은 것만 물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이정후를 보면 '프로 2년차 징크스'는 딴세상 이야기 같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 중이고 공-수-주 삼박자 역시 흔들림이 없다. 집중력은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14일 두산전에서는 6회초 국해성이 친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펜스플레이로 잡아내면서 박수를 받았다. 장 감독은 "정후가 유격수 출신이다 보니 송구 정확도나 어깨는 수준급"이라며 "아무래도 외야에서는 타구 궤적이나 판단 능력이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 부분에서도 성장했다"고 호평을 내렸다.
이정후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버지와 연관되는 것은 포기했다. 그 전에는 스트레스가 있었다"면서 "나는 내 야구를 하면 되고 잘하든 못하든 아버지와 비교될 수는 없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2년차 징크스'를 비웃듯 질주하는 이정후. '바람의 손자'가 아닌 '야구선수 이정후'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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