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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의 투구가 위안이 됐다."
한 감독은 "어제 졌지만, 그래도 김진욱의 투구가 위안이 됐다. 생각보다 많이 좋았다"고 말했다. 물론 1이닝을 잘 던졌다고 김진욱이 당장 붙박이 1군 불펜이 된다는 건 아니다. 한 감독은 "주자가 있을 때 어떤 투구를 할 지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아직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진욱은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김진욱은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사실상 프로행 막차를 탄 셈이다. 1m76, 79㎏의 작은 체구에 고교 때는 구속이 140㎞ 초반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부분 프로 스카우트들은 이런 김진욱이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을 지니기 어렵다고 봤다. 김진욱도 "프로에 갈 실력이 아니었는데도 한화가 뽑아줘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훨씬 멀고 험할 게 분명하다. 넥센의 세 타자를 잘 잡았지만, 그걸로는 성공을 말하기 이르다. 김진욱은 "이대호 선배님과 맞붙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 뿐만 아니라 다른 괴력의 1군 타자들과 만났을 때도 20일 넥센전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그때는 확실히 "10라운더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문장을 붙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