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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01년 LA 디저스 박찬호는 포수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췄다. 크루터는 당시 주전인 토드 헌들리의 백업이었지만,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엔 꼭 선발로 마스크를 썼다. 박찬호의 전담 포수였던 셈이다. 전담 포수라는 개념이 국내 프로야구에도 소개됐던 시기다.
소사는 정상호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3승에 평균자책점 0.88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 1.10을 능가한다.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포수가 정상호이기 때문에, 호흡이 너무 잘 맞기 때문에 호투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성적이 좋다는 측면에서 전담 포수의 활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소사는 올시즌 최다인 8이닝을 던지면서 6안타 2실점의 호투를 했다. 비록 팀이 역전패를 당해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소사의 완벽한 구위와 제구력에 상대팀 한화 벤치에서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물론 포수는 정상호였다.
전담 포수의 장점 가운데 또다른 중요한 측면은 주전 포수의 체력 부담이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포수는 페넌트레이스 전 경기를 뛰는 게 부담스럽다.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 특성 상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LG 류중일 감독은 "우리 강남이가 모든 경기에 나설 수는 없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쉬어야 한다. 소사가 나가는 날엔 상호가 출전한다고 보면 된다. 소사하고 상호가 맞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상호는 LG로 이적한 2016년부터 주로 소사의 전담 포수로 나서고 있다.
한화 역시 전담 포수 시스템을 쓴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이 선발로 나서는 경기에 지성준이 주로 포수 자리에 앉는다. 주전 최재훈은 쉬는 날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올해 샘슨은 지성준과 맞춰주고 있다. 최재훈이 모든 경기를 뛸 수는 없다"면서 "지금은 샘슨 경기 때 그렇게 하는데, 그걸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즉 또다른 외국인 선수 제이슨 휠러가 나가는 날 지성준이 포수로 선발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일 LG전에서 샘슨은 지성준과 호흡을 맞춰 6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면서 시즌 초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샘슨은 지성준과 호흡을 맞춘 5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올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66인 점을 감안하면 전담 포수의 효율성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