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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흔들리고, 가끔은 무너져도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은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그 결실이 모여 1700이닝 투구를 돌파했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윤성환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 특히 바로 이전 등판이던 지난 13일 부산 롯데전 때는 2이닝 만에 7안타(3홈런) 8실점으로 무너진 적이 있었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윤성환은 경기 초반 매우 신중하게 투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마침 삼성 타선도 SK 외국인 선발 메릴 켈리를 상대로 초반부터 쉽게 점수를 뽑아내며 윤성환에게 힘을 실어줬다. 윤성환은 1회를 사구 1개만 허용한 채 무실점으로 막았다. 2회에도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삼자 범퇴로 막았다. 3회와 4회도 사구 1개만 허용한 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런데 욕심이 앞섰던 것일까. 아니면 굵어지기 시작한 빗줄기가 방해가 됐을까. 윤성환이 5회를 넘기지 못했다. 6점의 리드를 안고 오른 5회초. SK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이날 첫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후속 최 항에게도 또 볼넷을 내줬다. 제구력이 급격히 흔들렸다. 무사 1, 2루에서 9번타자 나주환에게 좌전 적시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하더니 다음 타자 노수광과는 10구 승부끝에 역시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윽고 타석에 한동민이 나왔다. 지난 4월7일 인천에서 윤성환을 상대로 홈런을 친 적이 있던 한동민은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른 끝에 만루 홈런을 뽑아냈다. 결국 삼성 벤치는 SK가 1점차로 추격해오자 윤성환을 한기주로 교체했다. 윤성환의 승리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순간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