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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SK 한동민이 1회초 무사 2루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홈런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신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정규 시즌 종료까지 몇 경기 안남은 상황에서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규정 타석 타자는 총 33명이다. 지난해에도 33명이었고, 2016시즌에는 무려 40명이었다. 그만큼 3할 타자를 찾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 베어스는 팀 타율이 3할9리에 달하고, 리그 전체 홈런 개수는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1547개를 진작 넘어서, 9월까지 1663홈런을 기록했다.
개인 기록을 봐도 마찬가지다. 타자들은 연일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우고 있는데, 투수들은 퇴보하고 있다. 리그 전체 투수를 통틀어 2점대 평균자책점은 두산 조쉬 린드블럼(2.88)이 유일하다. 3점대 투수들도 5명 가운데, KIA 양현종(3.97)만 국내 선수다. 평균자책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표 상위권에는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현재 심각한 KBO리그 투수들의 상황을 알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꾸준히 평균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스피드업'을 외친다. 경기 시간을 줄여야 요즘 젊은 트렌드에 따라갈 수 있고, 새로운 팬 유입도 가능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고, 지루하다는 '비'야구팬들의 선입견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연장 포함 3시간21분이다. 지난해보다 1분도 줄어들지 않았다. 역대 최장 기록인 2014년의 3시간27분에는 못미치지만, 그동안 KBO가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를 신설하고 보완했던 것을 감안하면 허탈한 결과다.
결국 리그 전체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투고타저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한 투수 출신 지도자는 "요즘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기본기 훈련이 전혀 안돼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투수 개개인의 기술기 부족도 원인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몇년 동안 누적된 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구단수가 8개에서 10개로 늘어났고, 144경기 체제로 1년에 소화해야 하는 이닝 자체가 대폭 증가했다. 'A급' 투수의 숫자 자체가 적은데, 이닝 부담이 크다보니 몇 시즌에 걸쳐 피로도가 누적되고, 그 이후 부상을 당할 위험도도 크다. 이 딜레마는 현재 대부분의 팀들이 빠져있다. 반대로 구단 입장에서는 몇 안되는 투수 FA(자유계약선수)를 잡기 위해 거액의 돈을 투자하고, FA 선수들의 전체적인 몸값이 폭등하면서 더더욱 큰 돈을 들이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미칠 확률이 높다.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문제다. 물론 호쾌한 홈런이 뻥뻥 터지는 타고투저를 좋아하는 팬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때 현재의 흐름은 분명 '이상 기류'에 가깝다.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경기수 단축을 외치고 있지만, KBO과 구단들은 수익 분배나 여러 문제들로 '어렵다'고 손사레 친다.
더이상 타자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경기장에 나오는 음악의 재생 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경기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확인했다. 더 진지하고 본격적인 모두의 논의가 필요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