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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공식 의견 "FA 관련 KBO 제안, 받아들일 수 없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10-01 13:25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시한 FA(자유계약선수) 제도 변경안과 관련이 있다. KBO는 그동안 선수협이 요구했던 FA 취득 기간 단축(고졸 9년→8년, 대졸 8년→7년)과 선수에 따라 보상 절차를 차별화돼 활발한 계약을 촉진하는 FA 등급제를 시행하는 대신, FA 계약 총액을 4년간 최대 80억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간담회에 참석한 김선웅 사무총장은 " 이런 개선안에 대해 구단과 KBO가 협상 당사자로 생각하고 합의를 전제로 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협의를 할만 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여기에 집중을 하다보니 불편을 호소하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선수협은 KBO의 제안 이후 각 구단 대표 선수들과 선수협이 함께 의견을 모으고 '현재 제안 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제안의 실효성 문제가 있다. 과연 이 제안이 FA 제도나 소위 말하는 FA 거품을 걷는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 또 시행 시기도 너무 빠르다. 물론 좋은 제도로 변경하는 것은 가급적 빨리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선수들과 충분한 토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FA 시장 과열 현상은 8~9시즌 오래 취득해서 FA로 나오는 특급 선수들이 몇명 안되고, 그 선수들을 얻기 위한 구단들의 경쟁이 과열돼서 아닌가. FA 공급을 늘리는데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데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FA 보상 제도도 등급제로 인해 완화가 어느정도 이뤄졌다고 KBO는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상제도에 문제가 있는걸로 보고있다"고 의견을 냈다.

또 "기본적으로 너무 시장이 과열되거나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당연히 협조를 해야하고, 같은 참여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제시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선수협의 공식 발표 전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최근 KBO가 선수협에 제안한 FA제도 등 제도변경안은 선수협을 제도개선의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시기상 빠른 논의와 결정의 어려움, 제안의 실효성 문제, 시행시기의 문제, 독소조항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전체 선수의 권익뿐만 아니라 KBO리그의 경쟁력 제고에도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KBO가 선수협과의 합의를 전제로 제안한 이번 제도변경안은 FA계약총액 상한제(계약금비율 제한 포함), FA취득기간의 1시즌 단축, FA등급제, 부상자명단제도(경조휴가 포함)의 도입과 2018년 시행안이며, 최저연봉인상 검토안도 포함되었습니다.


FA취득기간의 단축, FA등급제, 부상자명단제도, 최저연봉인상은 그동안 선수협이 수년간 요청해왔던 사안이며, KBO리그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의 개선방향 중 일부입니다. KBO의 제도변경제안과 2018년 시즌종료 후 즉시 시행방침은 구단과 선수를 위해서도 상당 기간을 가지고 예고되고,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하나 이를 결정하기까지 한달이 채 주어지지 않았고, 특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는 선수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KBO제안은 당장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FA계약총액 상한제는 KBO의 일부 개선방향을 크게 왜곡시키고, 불공정한 보류권제도, FA제도를 오히려 개악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KBO가 제시한 FA등급제 역시 일본식의 등급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등급선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상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소위 B, C등급의 선수들이 쉽게 팀을 찾을 수 있는 제도가 아닙니다.

특히 구단이 FA계약총액 상한제를 도입하여 소위 특급선수 연봉을 감축해도 이렇게 감축된 비용이 B, C등급의 선수나 최저연봉의 선수들에게 투자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현재의 FA시장의 상황이 과열을 넘어서 거품을 만들어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면 선수협도 이를 안정화하는 KBO리그 정책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KBO정책이 실정법에도 저촉되고, 과열현상의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며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하는 파행적 제도를 만드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소위 FA시장의 과열현상은 구단들이 선수들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선수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KBO는 우선 FA취득기간의 단축과 과도한 FA보상의 축소 또는 폐지, 재취득제도의 폐지, 연봉감액제도의 폐지를 비롯해 계약의 투명성보장제도를 시행하여 선수공급과 FA시장 안정화에 힘쓰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구단의 경쟁력을 강화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최저연봉인상, 1군 등록수당 확대로 저연봉, 저연차의 선수들이 꿈을 가지고 자신에게 투자하여 경쟁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선수협은 KBO리그의 백년대계가 될 수도 있는 FA제도 등이 임시방편이나 얼마 가지 않아 바뀔 수 있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합니다. KBO와 구단들은 선수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KBO리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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