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집중분석]NLDS 1선발 류현진, LA다저스 결단의 배경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05:50


◇LA다저스 류현진이 5일(한국시각)부터 열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LA=AP연합뉴스

'월드시리즈를 향한 큰 그림.'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0)가 아닌 류현진(31)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선발로 전격 발탁한 배경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류현진을 먼저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근 계속된 류현진의 호투와 데이터에 따른 합리적 판단이다.

LA타임즈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3일(한국시각) 류현진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NLDS 1차전 선발로 등판한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도 공식적으로 류현진을 1차전 선발로 표기했다. 류현진은 5일 홈 구장인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NLDS 1차전에 등판한다. 애틀랜타는 올 시즌 13승(10패)을 거둔 우완 에이스 마이크 풀티네비치를 선발로 예고했다.

▶계속된 호투행진, 신뢰받는 류현진

류현진의 1차전 선발은 갑자기 내려진 결정은 아닌 듯 하다. 실제로 류현진은 한 국내 포털 사이트에 연재중인 자신의 일기를 통해 "3일에 운동하러 출근했더니 코치님이 '지난 번 말한 대로 목요일(현지시각, 한국시각 5일) 게임에 등판할 준비가 됐지?'라고 말해 '준비됐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등판 일정에 따라 5일 출격을 준비하라는 언질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류현진도 이 말이 NLDL 1차전 선발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류현진은 "구단에서 목요일 등판을 얘기하면서 준비하라고 귀띔해줬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커쇼가 1차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화를 보면 다저스는 시즌 막판에 운용됐던 선발 투수들의 등판 간격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막판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와 치열한 지구 우승 다툼을 펼치면서 포스트시즌 일정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지구 2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게 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돌아갔던 류현진-커쇼-워커 뷸러-리치 힐의 순서를 지키려 한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8월 부상 복귀 후 안정적으로 9경기를 소화하며 부상 이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도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이끌어냈다. 포스트시즌 직전의 호투로 NLDS 1차전 선발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알린 셈이다.


ⓒAFPBBNews = News1

▶안방불패와 포스트시즌 강점

더불어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류현진을 1차전 선발로 낙점한 또 다른 배경은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홈경기'와 '포스트시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놓고 봤을 때, 류현진이 에이스인 커쇼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2013~2014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연패를 한 커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9시즌 만에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페넌트레이스 만큼 막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커쇼는 포스트시즌에 총 24번 출전해 7승7패에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이름 값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에 반해 류현진은 비록 경험은 많지 않아도 포스트시즌에서 강했다. 3경기에 나서 1승에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무적에 가까웠다. 올해 류현진은 홈 9경기에 출전해 5승2패에 평균자책점 1.15,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0으로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커쇼도 홈 13경기에서 3승3패에 평균자책점 2.58, WHIP 1.02로 나쁘지 않았지만 류현진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커쇼의 포스트시즌 부진과 올해 홈 경기에서 보여준 류현진의 절대적인 안정감이 NLDS 1차전 류현진 선발 카드를 이끌어낸 배경이다. 여기에 다저스 벤치는 또 다른 변수도 감안했다. 지난달 30일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발로 이미 나간 커쇼에게 5일의 충분한 휴식을 주고 2차전에 내보내 베스트 투구를 이끌어내려는 계산도 있다. 이는 커쇼에게도 유리한 일정이다. 때문에 커쇼도 에이스의 자존심을 굳이 내세우지 않고 2선발 일정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저스 벤치의 류현진 1선발 투입은 치밀한 계산이 담긴 전략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