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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처절했다. 하지만 해피엔딩이었다.
그런 가운데 장민재가 주눅들지 않고 믿을 수 없는 호투를 펼쳤다. 4회까지 무실점 투구. 더군다나 2회 2점 선취 후 무사 1, 2루 찬스에서 통한의 삼중살이 나와 투수로서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최고구속 140km의 힘없는 볼로 넥센 강타자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 어떻게든 낮게 공을 집어넣겠다는 의지로 가능했다.
하지만 도망갈 수 있는 찬스를 계속해서 놓치자 경기가 꼬였다. 2회 삼중살로 대위기를 극복한 브리검은 안정감을 찾은 반면, 장민재의 힘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5회 잘 버티던 장민재가 서건창에게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 사이 상대는 안정을 찾은 브리검이 7회까지 3실점으로 막아주고, 오주원과 이보근 필승조를 차례로 올리는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조급하지 않았다. 권투나 격투기로 따지면, 여유 있는 강자가 힘 빠진 선수를 상대로 계속 잽만 날리며 차근차근 상대를 찍어 누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다 쓰러져가던 한화는 승리에 목말랐다. 정공법, 자존심 이런 건 없었다. 9회초 선두타자 제라드 호잉이 안타로 출루하자 4번타자 이성열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번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한화에는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동력이 하나 있었다. 1, 2차전 선발로 뛰지도 못했던 팀 간판 김태균. 김태균이 극적인 결승 적시 2루타를 쳐내며 한화를 살렸다. 마치 1977년 홍수환이 카라스키야와의 세계 타이틀전에서 4번이나 다운이 되고도 일어나 마지막 KO 펀치를 날린 것과 똑같았다.
의미가 있다. 연패를 끊어냄과 동시에, 4차전에 대한 희망을 살렸다. 4차전은 한화도 김민우로 선발이 불안하지만, 넥센 역시 선발이 신예 이승호로 불안하다. 충분히 해볼만 하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경기 끝에 승리를 거두면, 선수단이 더 강하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시리즈 전적 2-2가 된다면, 5차전 승부는 알 수 없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