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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했다. 먹는 것은 현대인에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활동이라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만으로도 고단한 일상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더 많이', '곱빼기'라는 외침은 맛을 향한 최고의 찬사 아닐까.
가장 먼저 놓인 것은 NC의 새식구 양의지의 이름을 딴 의지세트. 콤비네이션 피자와 음료가 함께 제공되는 메뉴 구성이었다. 'KBO리그 최고 안방마님' 다운 화려함 뿐만 아니라 넉넉함까지 갖춘 피자 한 판을 보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4인 가족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의 양은 주린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맛 역시 KBO리그 간판 선수의 명성답게 대중적이었다. 아쉬운 것은 3만원이 넘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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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캡틴 나성범의 이름을 딴 성범세트가 두 번째로 놓였다. 치킨 버거 3개와 감자튀김, 음료수가 포함된 전형적인 패밀리 햄버거 세트. 올 시즌을 마친 뒤 예상되는 나성범의 거취가 묘하게 엇갈리는 메뉴였지만, 일단 잊고 먹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성범세트 역시 무난했다. 듬직한 캡틴의 풍모에 걸맞는 양이랄까. 무엇보다 일반석에서 야구를 관람하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데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1만원 후반의 가격 역시 가성비에선 긍정적. 하지만 너무 무난한 구성이 마이너스였다. 영양가를 생각해보면 재활에 매진 중인 캡틴에게 권하기에도 2% 부족했다.
맛=★★☆ 양=★★☆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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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를게 없던 두 메뉴에 실망할 즈음, 튀김강정 하나가 툭 놓였다. 양념 뒤범벅인 강정에 쉽게 현혹될만큼 저렴한 입맛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코웃음을 칠 찰나, NC 관계자의 표정엔 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박스 포장에 쓰인 메뉴 이름은 선수 시그니처 메뉴가 아닌 '마산 아귀강정'. 뭔가 반칙 같았지만, 젓가락까지 멈출 이유는 없었다.
선입견과 의구심은 강정을 입에 넣은 순간 눈녹듯 사라졌다. 닭강정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매콤한 맛이 입안을 휘감았다. 짭짤한 감자튀김이 더해지자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났다. 7가지 메뉴 중 가장 저렴한 가격도 일품. 야구장에서 흥까지 느끼고자 하는 '창원아재'들에게 딱 어울리는 메뉴가 될 만한 느낌이었다.
맛=★★★★☆ 양=★★★★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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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고참 손시헌의 이름을 딴 시헌세트는 뭔가 '묻어가는' 느낌이었다. 호불호가 없어 반칙 느낌마저 나는 치맥세트. 오랜 세월 묵묵히 NC 내야를 책임져온 손시헌과 같은 성실함과 닮았달까. 페트병에 담겨 제공되는 맥주 역시 야구장에서 즐길만한 편의성이 고려된 모습이었다.
다만 양까지 착하진 않았다. '치느님 영접'을 하기엔 손시헌이 직접 두 세트 정도는 더 대접해야 하지 않나 싶다.
맛=★★★★ 양=★★☆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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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즌 연속 3할 타율을 자랑하는 내야수 박민우가 내놓은 메뉴는 국민 간식인 떡볶이와 튀김. '떡실신'이라는 네이밍 센스는 실소를 자아냈지만, 맛까지 넘겨짚진 않기로 했다. 정말 '실신할 맛'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리수를 두기보단 안하는게 낫다'는 말이 떠올랐다. 야구장에서 느끼고자 하는 특별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맛과 양. 착함과는 거리가 먼 가격 역시 실망스러웠다. 대대적인 쇄신 없이는 이름값을 못할 것 같다. 부상 재활 중인 박민우가 복귀한다면,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권하고 싶다.
맛=★★ 양=★★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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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그니처 메뉴가 아닌 NC의 이름이 붙은 '다이노스 플레이트'는 공룡군단이라는 NC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듯 큼지막한 갈빗대가 인상적이었다. 기름기 적은 고기 역시 건강을 생각하는 야구팬이라면 한번쯤 돌아볼만한 구성. '고기는 사랑입니다'를 외치는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입맛까지 구석기로 돌려보낼 만한 참담한 실패. 푸석푸석한 고기가 마치 '공룡고기'를 씹는 느낌이랄까. 배를 채우고도 남을 양에 혹했지만 더 이상 입으로 넣을 자신이 없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맛=★☆ 양=★★★★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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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살림꾼 김성욱의 바람을 담은 수줍은 네이밍의 성욱세트. '알짜배기 선수'답게 있을 건 다 갖췄다. 고기와 야채, 감자튀김 밑엔 볶음밥까지 숨겨놓았다. 한 박스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이 칭찬할 만했다.
소고기-돼지고기 구이가 혼합된 고기의 맛과 식감도 기대이상. 양 역시 '한 그릇 더'를 외칠 필요 없이 준수한 편. 김성욱이 타선의 핵까지 발돋움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성욱세트'는 창원NC파크의 대표메뉴 자리는 노려도 될 만했다.
맛=★★★★☆ 양=★★★★☆ 가성비=★★★★★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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