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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남 탓 하면 안된다.
유희관은 16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 9이닝 5피안타 1사구 4삼진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 133㎞. 완급조절과 코너워크의 환상적 조합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하지만 경기 후 유희관은 완투승의 공로를 포수 박세혁에게 돌렸다.
박세혁은 경기 후 "저렇게 잘 던질 줄은 몰랐다. 정말 코너코너에 타자들의 배트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신인투수 원태인과 팽팽한 선발 대결이 이뤄졌다. 중간에 아쉬운 수비도 있었다. 1-1이던 5회초 2사에 박계범의 1루쪽 파울 플라이를 1루수 오재일이 잡지 못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아쉬운 표정도 없었다. 덤덤하게 3구 만에 박계범을 범타 처리했다.
동점이던 6회초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 타자 박해민의 타구를 2루수 류지혁이 백핸드로 잡으려 했으나 중전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수비 잘하는 류지혁이라 처리할 수 있었던 타구. 살짝 아쉬운 수비로 1회 이후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지만 유희관은 역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력 있는 견제로 박해민을 2루에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유희관 특유의 센스와 순발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동점 상황에 발 빠른 주자라 2루 보내면 역전을 당할 수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 능력 보다 견제 타이밍에 잘 이뤄진 것 같아요. 그 위기를 벗어난 게 9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비결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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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수비 실수)는 신경 안 쓰려 많이 했어요. 사실 예전에는 (아쉬움을 표현해) 감독님 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이제 저도 중고참이고 그런게 좋게 보면 승부욕이지만, 또 안 좋게 보면 이기적인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실수해도 박수 쳐주고, 앞으로는 팀을 위해 생각하려고 하고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이제 저도 야구 외적인 걸 보여줘야 할 위치니까요."
20일 광주 KIA전 이후 726일 만에 완투승을 했지만 유희관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
"제가 어느덧 선발 중 최고참이 됐더라고요. 얼굴만 보면 조쉬(린드블럼)가 더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제 나이가 더 많거든요.(웃음) 제가 구심점 역할 잘해서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유희관이 보여준 팀과 동료에 대한 존중과 배려, 팀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요소다. 외국인과 토종의 완벽한 조화 속에 두산 선발진이 점점 더 극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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