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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가 한창이던 8일 서울 목동구장.
예기치 못했던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김경문 감독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평소 잠실구장 등 프로야구가 열리는 현장을 자주 찾는다. 이달 말 80여명의 예비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한번이라도 더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 눈에 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은 마침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었다. 하루 쉴 법도 했건만 김 감독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목동구장을 향했다. 의외의 행차? 아니었다. 평소 행보의 일환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단 사령탑 시절부터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꿈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그 관심은 국대 사령탑이란 막중한 책임을 맡은 이후 더 커졌다. 지나가는 길에도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보이면 불쑥 들러 선수들의 운동 모습을 지켜볼 정도다. 집 근처 배명고 등이 대표적인 장소다.
김 감독은 "어린 학생들이 한국야구의 미래"라고 입버릇 처럼 이야기 해왔다. 이날 목동야구장 방문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명의 선수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의 신화를 이끈 명장. 부족한 전력에도 불구, 선수들을 한 마음으로 모은 김 감독의 지도력 덕분에 당시 '베이징 키즈'가 대거 탄생했다. 이번에 김 감독이 뽑을 국가대표 엔트리 중 상당수는 바로 베이징올림픽을 보며 꿈을 키운 선수들이다.
김 감독이 방문한 날, 목동구장은 무척 더웠다.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 장마 속에 일찌감치 시작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 수은주는 33도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이날 낮 경기는 뙤약볕 아래서 열렸다.
목동구장 지열이 고스란히 어린 선수들의 몸을 후끈하게 달구던 상황.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속에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살기 위해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김 감독은 "저 날씨에 베이스 근처만 가면 슬라이딩을 한다"며 학생 선수들의 패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걱정 어린 눈길도 있었다. 김 감독은 세밀함이 부족한 선수들의 동작을 매의 눈으로 잡아냈다. 간혹 궤도에서 이탈한 플레이를 보면 "기본기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운명의 11월을 앞두고 옥석가리기에 한창인 김 감독은 평소 대표팀 구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 한다. 여러 우려 섞인 시선에도 한결 같이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똘똘 뭉쳐서 잘 해낸다"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면에 말 못할 고민이 없을 리 없다. 외국인선수 천하 속에 토종 에이스급 선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고교야구를 비롯한 한국야구의 척박한 인재 풀에 있다. 대표팀 사령탑 임기를 떠나 선배 야구인으로서 한국야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목동구장 깜짝 방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야구를 시작하는 꿈나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한국야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고민은 맞닿아 있었다.
목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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