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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직언직설]#류제국 #이동현 #동갑내기 #은퇴 #사생활 폭로 #눈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9-08-25 09:59


류제국-이동현

[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LG 트윈스는 이틀 사이 두 명의 베테랑 투수가 은퇴를 언급했다. 36세 동갑내기인 류제국과 이동현은 23일과 24일 그라운드를 떠날 의사를 밝혔다. 류제국은 구단이 은퇴 보도자료를 냈고, 이동현은 구단에 은퇴 뜻을 내비친 상태다. 수년간 유독 베테랑과의 이별에 파열음이 많았던 LG지만 이번은 더 복잡하다.

은퇴와 마주 선 둘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류제국은 사생활 폭로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은퇴의 큰 이유다. 이동현은 700경기를 채운 뒤 눈물과 함께 작별을 고하고 있다.

류제국의 은퇴는 누구도 예상 못한 파격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어깨 치료 뒤 한 턴만 건너 뛰고 복귀하는 줄 알고 있었다. 트레이닝 파트도 마찬가지다. 구단도 몰랐다. 부상과 재활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쳤을 수도 있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류제국은 그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또 올시즌 어렵사리 1군에 합류한 뒤 일정부분 성과도 냈다.

최근 불거진 '내연녀 SNS 폭로전'은 류제국 뿐만 아니라 LG 더그아웃, LG 프런트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LG 구단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류제국을 불러 면담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극히 사생활의 영역이고, 이해 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드러내 놓고 얘기할수 없었다.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사생활의 영역이라 언급을 자제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류제국의 은퇴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경위서를 요구했다. 일반적인 은퇴가 아니라는 뜻이다. 향후 복귀도 가능한 나이여서 정확한 상황 파악이 필요했다. 폭로전에는 뒤엉킨 사생활 뿐만 아니라 도박관련 얘기도 나왔다. 류제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이동현은 700경기를 달성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TV로 지켜보던 팬들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구단에 은퇴의사를 표했지만 LG는 일단 만류했다.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한 은퇴지만 구단도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최고의 예우다. 향후 은퇴식과 은퇴경기 등 여러 단계를 밟게 된다.

야구는 그라운드 안에서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야구는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끈을 통해 야구와 팬들은 끊임없이 교감한다. 이동현의 눈물은 선수의 야구인생이 일순간 팬들의 일상으로 파고든 송곳이었다. 선수의 19년 땀과 열정, 노력을 아는 팬들은 눈물 한 방울에 세월의 순간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

류제국의 경우 예전 같았으면 묻혔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실제 십 수년전 선수들 중에서도 이런 저런 복잡한 사생활 문제를 안고도 천연덕스럽게 야구를 계속한 이도 있었다. 당시는 상황도 달랐다.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실정법 위반이어서 뒤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소문과 사건은 순식간에 퍼진다. 야구와 선수의 삶이 동일시 되는 지점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팬들은 야구선수를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기능인으로만 보지 않는다. 사랑하고 존중한다. 선수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지한다.

야구와 선수의 사생활은 선이 그어져야 하는 것은 맞다. 프로야구 선수라고 해서 모든 삶이 세인들의 도마에 올라선 안된다. 이는 일정부분 인권 문제다. 하지만 선수의 어떤 행위로 인해 팬들이 집단적으로 상실감을 느낀다면 이는 어느 순간 개인 카테고리를 넘어서게 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응원을 주고, 응원을 거둬 들이는 팬들의 행동 또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보는 눈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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