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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KIA, FA 협상 전략 '고사(枯死)'…선수 마음은 상할대로 상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9-12-22 12:17


김선빈(왼쪽)과 안치홍.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가 키스톤 콤비의 자유계약(FA) 협상을 대하는 전략은 마치 '고사(枯死)'와 같다.

눈치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면서 기본적으로 KIA에 남고 싶어하는 선수 측의 심리를 이용해 시기적으로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끌고가 결국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KIA와 선수 측은 지난달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달 반이 지났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다. 아니,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유는 이화원 대표이사도, 조계현 단장도 뜻을 모아 "집토끼는 반드시 잡겠다"고 선언했지만, 구단이 명확한 몸값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선수 측에선 답을 듣길 원하는데 구단에선 계속 힌트만 주는 꼴이다. 특히 구단도 레이더망을 이용해 타팀 러브콜을 파악하고 있다. 타팀 역시 오버페이를 하지 않기 위해 KIA가 제시할 금액만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까지도 협상 경우의 수에 넣어놓은 상태다. 빠른 계약 이후 마음 편하게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 선수들의 애간장만 타고 있다.

물론 더 많은 보장금액을 원하는 선수도 양보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김선빈과 안치홍 측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10개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담합을 한 것처럼 FA 시장에 거품을 걷어내자는 분위기를 감지한 김선빈 측은 처음 설정했던 제안에서 눈높이를 살짝 낮춘 상태다. 그러나 안치홍 측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안치홍 측의 협상 자세가 약간 부드러워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구단과의 이견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협상에서 선수가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관심을 가졌던 팀들이 영입전에서 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LG 트윈스가 안치홍 영입을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코칭스태프 회의와 구단 전체 미팅에서 안치홍 영입을 심도있게 논의했지만 외부 FA 영입은 없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화 이글스도 현장에서 구단에 내야수 보강을 요청했지만, 구단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다.

이런 협상 내용은 선수들의 귀로 전달된다.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은 상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이상 한 팀에서 성실히 일한 결과가 싸늘한 평가로 돌아왔다는 자괴감과 배신감 때문이다. 구단은 자신들이 설정한 큰 그림을 합리적 금액이라고 주장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얘기도 있듯이 자칫 선수들이 헐값이라도 이적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경우 KIA의 협상 전략은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협상을 미뤄왔던 KIA는 FA 협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쌍방소통이 아닌 일방소통이 계속된다면 합의는 커녕, 오히려 지금 설정한 금액에서 더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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