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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과연 KBO리그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KBO리그엔 결코 달갑지 않은 그림이다. 23년 전 IMF 사태 당시 걷잡을 수 없이 흔들거렸던 아픔이 생생하다. 팬들은 야구장에 발길을 끊었고, 구단들은 쓰러졌다. '돌격대' 쌍방울이 모기업 자금난에 해체됐고, '최강' 해태 타이거즈는 주력 선수들의 현금 트레이드로 연명한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5년 540만6374명에 달했던 관중 기록은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절반에 가까운 263만9119명까지 추락했다. 이후 400만 관중 돌파(410만4429명·2007년)를 다시 달성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최근의 KBO리그 안팎 분위기는 23년 전의 악몽 못지 않다. WBC, 올림픽 금메달로 정점을 찍은 야구 인기는 최근 국제무대 선수 구성 잡음 및 부진 속에 변곡점을 그렸다. 일부 선수들의 추문, 팬서비스 논란이 매 시즌 반복되면서 팬들의 피로감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2019시즌 4년 연속 800만 관중 달성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실체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사회 심리 위축에 경제까지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는 위기의 결정타가 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종식과 빠른 리그 개막이 현 시점에선 유일한 대안이다. 각 구단들이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 년간 공들여 온 관중 유치와 부대 수익 사업, 이슈메이킹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이 사태가 진정된 이후 쉽게 가라앉을 지 미지수다. 개막 일정 연기, 도쿄올림픽 휴식기 등 영업일수 확보마저 쉽지 않다.
일찌감치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그 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KBO와 10개 구단 만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선수, 구단, 관계자, 팬 등 야구계 모두가 초유의 위기를 헤쳐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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