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 Why]'논란의' 라이블리 대타 기용, 어떻게 봐야할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5-08 10:41


9회 대기타석에서 몸을 푸는 라이블리.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홈팀 삼성이 2-8로 뒤진 9회말 2사 3루. 패색이 짙었다.

타석에는 1번 김동엽. 그 순간, 대기타석에 생소한 타자가 등장했다. 등번호 39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였다.

1m93, 86kg, 거구의 라이블리는 배트를 휘휘 돌리며 몸을 풀었다. 타석에 있던 김동엽이 아웃되면 경기 종료, 라이블리는 타석에 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동엽은 라이블리에게 기회를 줬다.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1,3루.

드디어 '타자' 라이블리가 KBO리그 데뷔 후 첫 타석에 섰다. NC 투수 홍성무의 147㎞ 초구 패스트볼을 크게 헛돌렸다. 투수 치곤 심상치 않은 시원시원한 스윙 궤적. NC 배터리가 전략을 바꿨다. 2구는 변화구, 135㎞ 체인지업을 떨어뜨렸다.

이번에도 라이블리의 배트가 거침 없이 돌았다. 공 아래를 때리며 2루수 플라이. 경기가 그대로 끝났고, 라이블리는 팀의 마지막 타자가 됐다.

개막 3연패를 눈앞에 둔 암담했던 상황. 적절치 못한 선택이었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렇다면 라이블리는 대체 그 상황에서 타석에 섰을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7회까지 0-8. 패색이 짙어지자 삼성 벤치는 8회 부터 개막 3연전에 출전 기회가 적었던 백업 야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이들에게도 실전감각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벤치에 남은 야수를 모두 다 기용했다. 그 과정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김동엽이 9회 좌익수 수비로 투입됐다. 지명타자가 없어졌다. 9회초를 마무리 한 투수 김대우가 2번 타순에 서야 하는 상황.

벤치에는 더 이상 새로 투입할 야수가 없었다. 김대우나 다른 투수 중 한명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벤치는 평소 "타격할 기회를 달라"며 읍소했던 라이블리를 떠올렸다. 타격 준비를 지시했다.

타격에 소질이 있는 라이블리는 캠프 때부터 배팅케이지를 기웃거렸다. 다른 타자들 훈련이 끝난 뒤 한번 치게 해달라고 코칭스태프를 졸랐다. 그렇게 수차례 손 맛을 봤다. 라이블리는 "미국에 있을 때 타자를 겸해 타격 연습을 늘 했는데 원래 타격 훈련을 굉장히 좋아했다. 재미 있고 솔직하게 못 치는 편은 아니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당연히 던지는 게 무조건 우선이고 타격 훈련은 자주 하지 못하지만, 자주 못하는 만큼 타격훈련을 매우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기회가 돼 타석에 나가면 삼진은 절대 안 당할 자신이 있고 좋은 모습 보여줄 자신이 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타자' 라이블리는 메이저리그 통산 20경기에서 33타수6안타(0.182)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2홈런 중 하나가 바로 사이영상 위너 제이콥 디그롬으로부터 뽑아낸 홈런이다.

사령탑 허삼영 감독도 라이블리의 타자 의욕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허 감독은 지난 5일 개막전을 앞두고 "(라이블리 타자 기용 계획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며 "보기보다 재능이 있더라. 본인이 하고 싶다면 억지로 막을 생각은 없다.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 상황이 오면 도움을 주고 싶다. 선수가 단지 재미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팀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진지한 마음으로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단,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평상시 상황이 아닌 야수가 고갈 됐을 경우로 한정했다. 허 감독은 "정상적인 상황에 내는 건 상대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12회 연장승부나 더블헤더 등 특수한 상황에서 부상 등으로 더 이상 선수가 없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허 감독이 말했던 바로 그 '상황'이 발생했다. 어차피 투수가 타석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상황. 기왕이면 간절히 타석에 서고 싶어했던 라이블리에게 기회를 주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라이블리는 "메이저리그 때 타자를 겸해 타격 연습을 항상 했는데 원래 타격 훈련을 굉장히 좋아했다. 재미있고 솔직하게 못 치는 편은 아니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당연히 던지는게 무조건 우선이고 타격 훈련은 자주 하지 못하지만 자주 못하는 만큼 타격훈련을 매우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기회가 돼 타석에 나가면 삼진은 절대 안 당할 자신이 있고 좋은 모습 보여줄 자신이 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라이블리는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배팅훈련을 자청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라이블리는 "미국에 있을 때 디그롬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홈런(중월 투런홈런)을 쳤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



라이블리는 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대타로 출전했다. 결과는 2루수 플라이.

라이블리는 2-8로 크게 뒤진 9회말 2사 1,3루에 투수 김대우 타석 때 대타로 등장했다. 지명타자 김동엽이 좌익수로 투입되면서 지명타자가 없어졌다. 벤치에는 남은 타자도 없었다.

어차피 투수가 타석에 서야할 상황. 벤치는 김대우 대신 평소 타격을 간절히 원했던 라이블리를 대타 카드로 빼들었다. NC 투수 홍성무와의 맞대결. 초구는 헛스윙, 2구째를 쳤으나 내야 플라이에 그쳤다.

미국 시절 디그롬에게 홈런을 날리는 등 수준급 타자로 알려진 라이블리는 평소 타격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허삼영 감독은 최근 "연장 승부 등 야수를 모두 쓰는 상황이 되면 고려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상황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셈. 라이블리는 "적어도 삼진은 안 당하겠다"고 공약한 상황. 그 약속만큼은 지켰다.

'타자' 라이블리는 향후 상화에 따라 종종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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