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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롯데 우완 이인복(29)이 데뷔 6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타이트 한) 그런 상황이 많지 않아 부담됐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되면 안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 후 첫 승 기념구를 들고 있던 이인복은 씩씩하게 말했다.
실점 이후, 호투가 눈부셨다. 대타 김재호를 병살 처리하고 이닝을 마친 이인복은 3-3 동점에서 9,10회를 단 1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그 사이 롯데 타선이 힘을 냈다. 11회 대거 5득점 하며 이인복에게 데뷔 첫승을 선사했다.
패기 넘치는 대답 만큼 이인복의 볼끝에는 힘이 있었다. 투심과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볼 끝의 변화도 심했다.
중요한 순간, 벤치가 마운드에 올린 이유다. 데뷔 7년 만에 찾아온 변화. 마인드 변화가 있었다.
"사실 작년에 공은 더 좋았었어요. 다만 올해는 생각을 바꿨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그냥 던져서 빨리 맞혀 잡자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실점 이후에 빨리 쳐줘라 하는 마음으로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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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야심차게 합류한 질롱코리아에서 지나친 의욕을 부렸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어깨가 탈을 일으켰다. 오른쪽 어깨 극상근이 파열되는 부상. 2020년 승부의 해를 앞두고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캠프도 못가고 재활만 두달을 했어요. 올 시즌 욕심을 부릴 상황이 아니었죠. '그저 볼넷만 주지 말자. 한시즌 무조건 가장 적은 볼넷만 주자. 차라리 두들겨 맞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선발 욕심도 없어요. 애당초 준비가 안됐거든요."
무심투가 볼끝을 살리고 있다. 타자 앞에서 꿈틀거리며 범타를 유도하고 있다. 땅볼을 유도하는 투심은 절체절명의 순간 그를 마운드에 올리게 될 동인이다. 마차도 안치홍이 가세해 철벽으로 변신한 롯데 내야는 이인복에게는 승부를 걸어볼 만한 환경이다.
"저는 맞혀 잡는 유형이라 수비를 믿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저희 강한 내야진을 믿고 던져야죠."
이름 처럼 그에게는 '인복'이 있다. 든든한 동료들이 그를 마운드에 세우는 동력이다.
"(승)승준 형, (노)경은 형 등 선배님들이 늘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공 좋으니 하던대로 하라'고 해주시니 자신감이 생겨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죠."
연세대를 졸업하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지난 2014년. 프로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승리도 패배도 없었다. 그저 23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감격의 데뷔 첫 승까지 무려 6년의 세월이 걸렸다. 마음을 비우는데도 그만큼 세월의 내공이 필요했다.
비운 마음의 자리에 첫승이 채워졌다. 반전의 이인복. 이번 승리가 늦깎이 투수 본격적 전성기의 출발점이 될까. 생애 첫승과 함께 찾아온 변화가 생소하다. 경기 후 생애 첫 방송 인터뷰를 마친 그는 "(당황해) 말문이 꽉 막히더라고요"라며 활짝 웃었다.
롯데 불펜의 새로운 지킴이로 기대를 모으는 이인복. 앞으로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더 잦아질 것 같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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