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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시즌 후반기였다.
오승환이 징계를 소화하며 복귀를 준비하는 동안 우규민은 듬직하게 삼성 뒷문을 지켜왔다. 올 시즌 초반 흐름은 더 쾌청하다.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안정감이 더욱 깊어졌다. 이제 세이브 상황에서 그가 올라오면 벤치는 마음 편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우규민은 지난 28일 롯데전을 시작으로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경기 1승 4세이브. 5⅓이닝 단 1안타 무실점. 4사구는 단 하나도 없다. 20타자 중 단 1명에게만 출루를 허용한 셈이다. 출루 자체가 없으니 불안감이 없다. 우규민은 10일 대구 키움전에서도 4-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이 자랑하는 이정후 박병호 박동원의 중심타선을 단 10구 만에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 처리하고 경기를 마무리 했다. 속전속결 '퇴근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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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규민의 클로저 소임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끝판왕' 오승환이 지난 9일 돌아왔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 경기 조차 출전하지 못해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동안까지가 우규민의 시간이다.
벤치나 오승환에게도 우규민은 고마운 존재다. 뒷문지기가 듬직하게 버티고 있으니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 복귀 첫날 "실전을 치르지 못한 만큼 당초 2경기 쯤 편안한 상황에 등판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9일, 10일 키움전 이틀 연속 접전 상황이 이어지면서 '편안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얼굴에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오승환에게도 1년 가까운 공백과 환경 변화는 도전적이었다.
오승환은 복귀 하자마자 두 경기 연속 등판했다. 살짝 고전했다. 7년 만의 복귀. 구장도, 상대 타자도 생소한 점이 많았다. 야간 경기 적응도 아직이다. 구위도 100%는 아니다. 공 끝에 온전하게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 본인도 10일 경기에서 복귀 후 첫 실점한 뒤 "상대 타자들이 준비를 많이한 것 같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 같다. 내 장점을 줄이기 보다 상대 타자와 붙어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과제를 설명했다. 허삼영 감독도 오승환에게 최소 1경기 이상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더 줄 생각이다.
만약, 우규민이 없었다면 누리기 힘든 '여유'였다. 마무리 복귀가 급했다면 오승환의 마음도 급해졌을 것이다. 연착륙에 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우규민이라는 이름 석자가 던지는 안도감이 든든한 삼성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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