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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개막 후 3~4연패 하면 엄청 쫓기거든요."
"첫 한달 간 4~5승을 해놓으면 시즌 내내 여유가 생기죠. 최근 20승을 달성한 투수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그 반대 상황으로 언급한 것이 연패 중인 투수의 조바심이었다.
이날 선발 맞대결을 펼친 좌완 요키시와 백정현의 상황이 꼭 그랬다.
백정현은 반대였다. 시즌 초반이 힘겨웠다. 3경기 전패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0.29였다.
FA 자격을 얻는 시즌. 겨우내 준비를 철저히 잘했다. 시즌 전 컨디션도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늦춰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밸런스가 살짝 흐트러졌다. 의욕이 넘치면서 종아리 부상이 왔다.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절치부심 25일 만의 복귀전. 운 마저 따르지 않았다.
4일 잠실 LG전은 악몽이었다. 선발 4이닝 14피안타 3탈삼진 11실점(8자책). 수비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따라 초저녁 어스름이 겹치면서 외야수들이 잇달아 뜬 공 궤적을 놓치며 우왕좌왕 했다.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 첫 승이 미뤄지면서 부담감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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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에서 김혜성의 안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다이빙 해 잡아내는 슈퍼 캐치로 이닝을 마감했다. 도저히 미치지 못할 거리를 앞으로 점프하면서 글러브 끝에 공을 구겨 넣었다.
평소 이닝을 마치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백정현이 걸음을 멈췄다. 신바람이 나 뛰어오는 12년 후배를 기다렸다. 데뷔 첫 홈런볼에 슈퍼캐치까지 싱글벙글 박승규가 대선배 백정현의 "고맙다"는 짧은 인사 속에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어린 후배의 공-수 지원에 힘을 불끈 낸 백정현은 6이닝 2안타 무실점 역 투로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시즌 최고 피칭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백정현에게나, 데뷔 첫 홈런과 호수비로 펄펄 난 박승규에게나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경기 후 백정현은 박승규를 찾아 한마디 툭 던졌다.
"니 덕분에 이겼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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