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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비하인드]SK 박경완 대행이 김건우를 보며 떠올린 김광현 "첫해 공이 느린데도 도망가지 않는 당돌한 투수였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0-08-26 10:48


SK가 2010년 한국시리즈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투수 김광현과 포수 박경완이 껴안고 있다. 스포츠조선DB

[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던진 그 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이 오랜만에 추억에 빠졌다. 감독대행을 맡아 9위에 떨어진 팀을 이끄느라 고민이 많지만 잠시 동안 김광현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2021년 1차지명 선수로 뽑은 제물포고 김건우가 추억으로 떠나는 열쇠였다.

박 감독대행은 김건우에 대해 "제2의 김광현이 아니라 '리틀 김광현'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며 "던지는 폼이나 걸음걸이, 마운드 위에서의 행동들이 김광현과 진짜 흡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김광현과 다른 점은 김건우는 빠른 공이 145㎞ 이상 나온다는 점이다. 광현이는 첫 해에 140㎞ 초반이었다. 두번째 해부터 스피드가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김광현이 강속구 투수로 데뷔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 감독대행의 기억은 달랐다.

박 감독대행은 "광현이가 KIA전서 첫 승을 거뒀다. 그때 진짜 공이 안와서 힘들게 경기를 했던게 기억난다. 광현이가 그래서인지 이후에도 KIA전에 잘던졌던 것 같다"고 했다. 김광현은 2007년 5월 13일 광주 KIA전서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면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당시 최고 구속은 146㎞였다.

"2년째 때 일본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 때 타석에서 광현이 공을 봤는데 엄청 빨라졌더라. 다음 경기서 직접 공을 받았는데 진짜 구속이 늘어 깜짝 놀랐다"라고 한 박 감독대행은 "광현이가 스피드가 올라가니 슬라이더도 통하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그가 꼽은 김광현 최고의 경기는 2007년 10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MVP 다니엘 리오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광현은 7⅓이닝 동안 단 1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다. 박 감독대행은 "광현이가 그날 던진 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림으로 그려라고 해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다"라면서 "이런 볼을 던질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사인을 내면서 이건 무조건 칠 수가 없다는 마음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경기에선 김광현 공이 빨랐다. 광현이 공과 두산 타자들의 배트 차이가 많이 났었다"면서 "그날 경기로 김광현의 기준점이 확실히 잡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대행이 어린 김광현을 생각할 때 떠오른 이미지는 당돌함이었다. "공이 별로 빠르지도 않았는데 140㎞정도 밖에 안되는 공으로 도망가지 않고 어떻게든 붙으려고 했다. 대담했고, 당돌했다"는 박 감독대행은 "그런 당돌함에 노력이 더해져서 광현이가 진짜 좋은 투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경기도 조금씩은 봤다는 박 감독대행은 "처음 마무리했다가 선발로 가면서 편해졌을 것이다. 그래도 제일 큰 무대라는 부담이 있었을텐데 그정도 부담감은 이겨낼 수 있는 선수다"라며 "이제 안다쳐야 한다. 다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꾸준하게 4∼5년은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후배의 성공을 낙관했다. 김광현을 얘기하는 동안 박 감독대행은 가끔씩 그때를 회상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잠시 동안이지만 지금 전쟁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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