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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5일 오후, 야구계에 '놀람 주의보'가 발령됐다.
신세계 이마트의 참여도, 그 대상이 항간의 소문 구단들이 아닌 탄탄한 재정의 SK 와이번스였기 때문이다. 매각은 양 측 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다. 친분이 두터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큰 그림에 합의했고, 그룹 실무진이 세부 과정을 진행했다.
SK 와이번스 야구단은 그 과정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었다.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25일 오후에야 알았다"고 했다.
야구계는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다.
기존에 있던 구단 매각 모델과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재계 3위의 굴지의 그룹이 야구단을 정리하는 첫 번째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그 어떤 야구단도 매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셈.
그동안 야구단 매각의 대부분은 모 그룹 재정 상황 압박에 따른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뤄졌다. 재정이 탄탄한 모 기업을 둔 야구단이 전략적 판단 하에 매각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패닉의 여파는 와이번스 구단 관계자와 스태프 만의 몫은 아니었다.
안정된 모 기업을 둔 타 구단 구성원들도 "우리도 팔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이런 불안감은 현실이 될 공산이 있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오간 돈만 살펴보면 프로야구단은 성장주가 되지 못했다.
인수 총액은 1352억8000만 원. SK 와이번스 야구단 보통주식 100만 주 1000억 원, 야구연습장과 건물, 토지 등 부동산 352억8000만 원이다. 주식으로만 따진 순수 야구단 가치는 1000억 원이다.
역대 가장 비싸게 거래됐던 1995년 9월 태평양 돌핀스→현대 인수 과정에서 오간 450억 원의 약 두배, 많아야 세배에 불과하다. 약 25년 전임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한 셈. 특히 최근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 속에 현금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패닉 속 모든 기업이 처한 혁신의 과제. 프로야구단도 예외는 아니다.
'유지·보수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창조의 시대'다.
자생력과 미래 가치를 새로운 시각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
'변화'를 예측하고, 선 대응 하는 프런트의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유롭게 사고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는 필수다.
먹거리는 '미래에 대한 예측'에 달려 있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어느 새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청년 인구는 줄고, 가상공간의 놀거리는 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야구단에 또 한번 전환적 사고에 대한 강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시장이 축소되면 야구단 가치도 떨어진다. 굴지의 대기업 산하 프로야구단이 졸부의 손에 넘어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시간이 없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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