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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저 공으로 왜 맞지?"
롯데의 박시영과 KT의 박시영.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KT 유니폼을 입고 나선 올시즌 14경기 1승3홀드, 1.15의 평균자책점. 19탈삼진에 볼넷은 단 4개 뿐이다. 롯데 시절인 지난해 36경기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8.01. 21탈삼진보다 볼넷이 23개로 더 많았다.
지난해 박시영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59.1%, 볼 비율은 40.9%였다.
올시즌은 스트라이크 비율이 약 5%쯤 늘었다. 스트라이크 64.3%, 볼 35.7%다. 작은 차이가 아니다. 공 하나로 삼진과 볼넷이 갈리는 카운트 싸움에서 5%의 변화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변화구 제구 안정이 불펜 필승조 도약을 이끌었다.
박시영은 4일 수원 키움전에 구원 등판, 1⅓이닝 동안 4타자 모두 탈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던진 21개는 모두 슬라이더. 이강철 감독 조차 "직구 하나는 던질 줄 알았는데"라며 놀란 볼 배합이었다. 그러면서 박시영의 변화를 흐뭇하게 바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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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은 중요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투수는 자기만의 어떤 이미지가 있어야 해요. 이전에는 타자들이 직구만 노리고 있었어요. 변화구가 볼이란 걸 아니까. 그러니 초구,2구 변화구 유인구에 꿈쩍도 안했던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시영이와 상대하는 타자는 변화구 이미지를 그려야 하죠. 그만큼 직구가 치기 어려운 볼이 됐죠. 직구와 변화구 간 시너지가 생긴 거에요.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거에요. 지금 좋은 성적과 연관돼 시영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명 투수 코치 출신 사령탑의 명쾌한 설명. 팀 내에서 확실한 길라잡이 역할이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제구 불안으로 10년 노망주에 머물던 베테랑 투수. KT위즈란 팀을 만나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는 에너지를 뿜어대고 있다.
선수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선수와 지도자의 궁합과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제 다 됐다'고 체념했던 투수들이 KT만 오면 살아나는 이유. 평범해 보이는 전력의 KT가 단독 1위를 달리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매직'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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