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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박시영 vs KT의 박시영' 평범과 특급 가른 5%의 기적[SC핫플레이어]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1-07-07 10:49


KT 박시영(왼쪽)과 롯데 시절 박시영.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저 공으로 왜 맞지?"

롯데 투수 박시영을 본 KT 이강철 감독은 고개를 갸웃했다.

"148㎞ 구속에 슬라이더에 포크까지 던지는 투수가 왜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희 팀에 오고나서야 알았죠. 아, 이런 생각, 이런 패턴을 가지고 있었구나, 맞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했죠."

롯데의 박시영과 KT의 박시영.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KT 유니폼을 입고 나선 올시즌 14경기 1승3홀드, 1.15의 평균자책점. 19탈삼진에 볼넷은 단 4개 뿐이다. 롯데 시절인 지난해 36경기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8.01. 21탈삼진보다 볼넷이 23개로 더 많았다.

평범과 특급의 차이. 5%의 수치 변화가 갈랐다.

지난해 박시영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59.1%, 볼 비율은 40.9%였다.

올시즌은 스트라이크 비율이 약 5%쯤 늘었다. 스트라이크 64.3%, 볼 35.7%다. 작은 차이가 아니다. 공 하나로 삼진과 볼넷이 갈리는 카운트 싸움에서 5%의 변화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변화구 제구 안정이 불펜 필승조 도약을 이끌었다.

박시영은 4일 수원 키움전에 구원 등판, 1⅓이닝 동안 4타자 모두 탈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던진 21개는 모두 슬라이더. 이강철 감독 조차 "직구 하나는 던질 줄 알았는데"라며 놀란 볼 배합이었다. 그러면서 박시영의 변화를 흐뭇하게 바라 봤다.


2021 KBO 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LG 이천웅의 하프스윙때 볼넷 판정이 나오자 KT 이강철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6.01/
"그만큼 성공 쪽으로 생각을 굳혀가는 거 같아요. 2,3이닝 던지는게 아니잖아요. 그날 되는 좋은 볼로 1이닝 세게 던지고 나오면 되는 거거든요. 상대가 패턴을 파악하면 그 때가서 변화주면 되는 거고요."

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은 중요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투수는 자기만의 어떤 이미지가 있어야 해요. 이전에는 타자들이 직구만 노리고 있었어요. 변화구가 볼이란 걸 아니까. 그러니 초구,2구 변화구 유인구에 꿈쩍도 안했던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시영이와 상대하는 타자는 변화구 이미지를 그려야 하죠. 그만큼 직구가 치기 어려운 볼이 됐죠. 직구와 변화구 간 시너지가 생긴 거에요.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거에요. 지금 좋은 성적과 연관돼 시영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명 투수 코치 출신 사령탑의 명쾌한 설명. 팀 내에서 확실한 길라잡이 역할이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제구 불안으로 10년 노망주에 머물던 베테랑 투수. KT위즈란 팀을 만나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는 에너지를 뿜어대고 있다.

선수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선수와 지도자의 궁합과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제 다 됐다'고 체념했던 투수들이 KT만 오면 살아나는 이유. 평범해 보이는 전력의 KT가 단독 1위를 달리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매직'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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