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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모자에는 그때처럼 'D'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모양은 다소 달랐고,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은 등 뒤가 아닌 앞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18년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양의지가 친정을 상대로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가운데 또 한 명의 '전 두산' 선수가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2007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용찬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오는 5월에야 복귀가 가능했던 만큼, 쉽사리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이용찬은 소속없이 시즌이 개막했다.
이용찬의 첫 친정 나들이. 지난해까지 동료였던 두산 타자를 상대로 이용찬은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7-2로 앞선 7회말 2사 1,3루에서 등판해 양석환을 삼진 처리하면서 이닝을 끝낸 뒤 8회에는 안타 두 방을 맞았지만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역할을 다했다. 이용찬은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쳤다. 전광판에 찍힌 최고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양의지와 이용찬이 '친정'을 완벽하게 저격하면서 NC는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NC 이동욱 감독도 양의지의 홈런을 칭찬하면서 동시에 "이용찬이 위기 상황에서 막아준 것 역시 승리에 결정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익숙했던 잠실구장. 프로 초년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던 포수와 함께 익숙했던 동료를 이제는 적이 돼 상대했던 이용찬은 "두산 선수들이 잘 친다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의지 역시 "오늘 (이)용찬이가 두산 경기에 처음 나왔다. 워낙 잘 던지는 투수라 믿고 잘 던질 수 있도록 도우려고 했다. 용찬이도 많이 쉬기도 해서 긴장했을텐데 잘 던졌다"라며 이야기했다.
7회 곧바로 투구에 임했던 이용찬은 8회 마운드에 다시 오르자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용찬은 "처음에 마운드에 올라가면 팬분들게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위기라 긴장했다. 그래서 8회에 했다"라며 "팬들에게 죄송했다"고 설명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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