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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조언? 라이벌팀 코치일뿐" 진갑용은 '진승현 아빠'로 불리게 될까 [현장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1-27 09:31 | 최종수정 2022-01-27 09:51


레전드 포수인 아버지와 달리 투수를 꿈꿨다는 롯데 진승현. 150㎞ 직구를 던지는 기대주다. 김영록 기자

[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버지는 야구 못한다고 뭐라 하신 적 한번도 없지만…아버지 이름에 먹칠하면 안되잖아요."

오랜 기다림 끝에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진승현(19)의 표정은 밝았다.

진승현은 지난해 KBO리그에 지명받은 110명의 신인들 중 유일한 미계약자였다. 이민석 조세진 등 다른 신인들은 연말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를 소화했고, 겨울 내내 김해 상동연습장에서 몸 만들기에 전념했다. 반면 진승현은 올해가 되고서야 뒤늦게 합류했다. 그는 "초조함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라며 멋적어했다.

"동기들은 팬들하고 인사도 나눴는데, 루키 데이 현장에도 가지 못했잖아요. 1월 1일에 바로 계약하고 김해 내려왔죠. 첫날밤만 해도 실감이 안났는데, 다음날 훈련 시작하고 동기들 보니까 '아 프로는 프로구나' 하는 실감이 나더라고요. 저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KBO 포수 레전드인 아버지 진갑용(KIA 타이거즈 코치)과 달리 진승현은 투수다. 고교 시절 150㎞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직구로 이름을 날렸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투수가 하고 싶었어요"며 야구 소년다운 로망을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프로야구를 많이 보러다녔는데, 마운드는 그라운드 한복판에 있고, 그 위에 홀로 서서 던지는 게 투수잖아요.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도 있고. 빨리 코로나가 풀리고 팬분들의 응원을 받고 싶어요. 특히 우리 홈은 사직이잖아요. 부담도 되겠지만, 즐기면서 던지려고요. 캠프 시작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우선 제 실력을 보여드리는게 먼저죠."

야구선수의 길에 접어든 아들에게 아버지가 던진 충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음주운전 포함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관리 당부. 그리고 두번째는 '못 던져도 되니 언제나 자신있게, 너 자신을 믿고 던져라'라는 것. 진승현은 "다른 부모님들은 야구 못한다고 혼내는 모습을 봤다. 저희 아버지는 그러신 적이 한번도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진 코치는 '이정후 아빠'로 불리는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처럼, '진승현 아빠'로 불리는 날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김해 상동 연습장에서 만난 롯데 진승현. 김영록 기자
겨우내 등산을 다니며 몸을 단련했다. 근육량도 늘렸지만, 체지방도 같이 늘었다. 진승현은 "등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전망대에서 맛있는걸 너무 많이 팔더라구요.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비활동 기간에 입단했다보니 래리 서튼 감독을 비롯한 주요 외국인 코치진과는 만나지 못했다. 경북고 직속 선배인 박세웅과의 인사도 아직이다. 동기들을 제외하면 군복귀 선수와 재활조가 전부. 하지만 진승현은 "동기들하고 금방 친해졌어요. 룸메이트 김용완과도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팀 분위기도, 시설도 좋아서 훈련할 맛이 나요"라며 웃었다.

신인상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진승현은 유력한 후보로 문동주(한화 이글스) 김도영(KIA 타이거즈) 조세진(롯데)을 꼽은 뒤 "이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세진은 롯데 신인들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 출신답게 롤모델이 오승환이다. 꼭 불펜이나 마무리를 하겠다는 생각보단 그 멘털이랑 포커페이스가 닮고 싶다는 속내다.

그 오승환을 가장 가까이에 봐온 남자가 바로 아버지다. 하지만 진승현은 손사래를 쳤다.

"라이벌팀 코치랑 그런 얘기 안 합니다. 롯데 코치님들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김해=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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