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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대 중반인데, 왜 151억 에이스 공 건드리지도 못하나 [SC 포커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5-10 00:12 | 최종수정 2022-05-10 06:17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키움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SSG 선발 김광현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5.08/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30대 중반에 접어드는데, 왜 타자들은 건드리지도 못하나.

SSG 랜더스의 독주, 여기에는 여러 동력이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의 믿을 수 없는 활약이다.

김광현은 미국 메이저리그 2년 생활을 마치고 KBO리그에 복귀했다. 미국에 다녀오는 사이, 친정 SK 와이번스는 SSG 랜더스로 변신했다.

그런데 김광현도 마찬가지로 다른 모습이다. 안그래도 리그 최강 좌완 선발로 인정을 받았는데, 올시즌 더욱 강력한 모습이다. 난공불락, 언터쳐블 이런 단어들로도 다 설명이 안된다.

김광현은 올시즌 6경기에 선발로 등판, 5승 무패다. 유리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4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도 6이닝 10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것도 무자책점이었다. 당시 최 정의 실책으로 점수를 줬고,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없어 불운한 경우였다.

38이닝을 던지며 실점은 3점, 자책점은 2점 뿐이다. 평균자책점 0.47.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는 투수가 됐다.

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였다고 해도,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다녀왔다고 해도 김광현의 나이는 벌써 34세다. 선수 경력으로 치면 전성기를 지나 황혼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압도적인 피칭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뭐가 달라진 걸까. 올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존과 떨어진 공인구 반발력도 영향이 있겠지만, 김광현의 호투를 설명할 때 이 두 가지 요인은 빼놔도 된다. 김광현이 자유재자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모습이 너무 확연히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김광현의 구위는 분명 떨어졌다. 지금도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지만, 20대 젊었을 때 그 파워는 아니라는 게 김원형 감독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을 빼고 던지니 더 무섭다. 먼저 비장의 무기 체인지업이다. 김광현은 SK 시절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피처로 이름을 알렸다. 굳이 다른 변화구를 던질 필요가 없었다. 이 두 구종으로도 상대를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또 강한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승부를 벌이며 변화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미국에 가기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게 체인지업이다. 김광현을 현역 시절 상대했고, 이번 시즌 상대팀 코치로 그의 투구를 지켜본 A구단 코치는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우리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당하더라. 안그래도 직구가 좋은 투수인데, 떨어지는 공까지 생각해야 하니 타자들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체인지업의 효과에 직구 위력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광현은 이번 시즌 던진 공의 비율을 분석하면 체인지업이 무려 17%나 된다. 체인지업 뿐 아니다. 미국에 가기 전 구사는 했지만, 빈도수가 높지 않았던 커브까지 더해지고 있다. 커브도 구사율도 10%의 비율을 차지한다. 직구 32%, 슬라이더 41%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또, 직구의 비율이 32%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해볼만 하다. 무리하게 힘대 힘 싸움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아무리 공이 좋아도, 차라리 직구와 슬라이더 2개 중 한 구종을 노리면 치기 편했다. 그런데 떨어지는 공까지 생각해야 하니 타자들 입장에서는 공략이 너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구위 뿐 아니다. 심리전에서도 이미 이기고 들어가는 모양새다. 김광현이 미국에 가기 전, 그리고 복귀 후 모두 상대해본 B구단 중심타자는 "구위는 원래부터 좋은 선수였다. 구종을 떠나 마운드에서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온 김광현의 아우라가, 상대 타자들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투-타 대결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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