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동병상련 마무리 선배의 위로, '불펜→선발→불펜' 혼돈 속에도 빛난 나홀로 존재감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6-09 04:02 | 최종수정 2022-06-09 09:25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 경기. 김시훈이 투구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5.15/

[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NC 신성 김시훈(23)이 대선배 이용찬(34)에게 위로를 받았다.

선발 준비를 했지만 불펜으로 출발한 올 시즌. 9경기에서 11⅓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평균자책점 제로맨의 완벽투로 파란을 일으켰다.

김시훈은 전천후 대기조였다. 선발 공백이 생기자 바로 선발로 전환했다.

선발 7경기에서 1승2패, 4.83의 평균자책점. 첫 선발임에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이닝을 착실히 늘려갔다. 지난 2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한번 변화가 생겼다. 구창모에 이어 파슨스가 복귀를 앞두면서 선발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불펜에서 강력한 셋업맨으로 쓰임새가 있는 김시훈이 또 한번 변화를 감수해야 했다. 불펜→선발→불펜의 잇단 이동. 첫 풀타임을 소화하는 신예에게는 쉽지 않은 변화였다.

8일 창원 SSG전을 앞두고 만난 김시훈은 담담하게 심경을 토로했다.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해서 가는 거라며 불펜에서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아쉬움은 물론 있긴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하고, 또 팀이 잘돼야 하니까 좋은 마음으로 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의젓함. 프로 풀타임 첫해 변화무쌍한 경험 속에 단단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NC가 6-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강인권 감독대행과 이용찬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5.13/

김시훈의 불펜 전환 필요성은 사실이었다. 8일 SSG전에 바로 입증됐다.

1-2로 추격한 7호초 SSG 공격. 1사 후 박성한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NC벤치는 한유섬 타석에 바로 아껴둔 김시훈 카드를 꺼냈다. 2루도루를 허용했지만 한유섬을 낙차 큰 커브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8회도 탈삼진 1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1⅓이닝 탈삼진 2개로 퍼펙투 무실점. 김민식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149㎞의 빠른 공은 힘이 넘쳤다. "30구까지 가장 좋은 공을 던진다"던 데이터 분석팀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김시훈의 역투 속에 NC는 8회 마티니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경기는 12회 연장 승부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돌아온 김시훈의 가치가 돋보였던 경기.

트랜스포머 같은 전천후 능력으로 커리어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마무리 이용찬. 그는 후배 김시훈의 마음을 이해했다. "어느 위치든 준비를 잘하면 된다"고 아끼는 후배에게 위로를 건넸다.

한번도 힘든 보직이동. 두번씩 바뀌는 가운데서도 씩씩하게 제 몫을 해낸 돌아온 불펜 에이스의 존재감이 빛났던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