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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수와 타자의 승부. 주로 투수가 미안할 일이 많다. 몸쪽 승부를 하다 실투가 돼 사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타자도 본의 아니게 투수를 맞히는 경우가 있다.
기나긴 터널 같던 재활을 마치고 1년 반 만에 팬들 앞에 선 구창모(25)가 십년감수했다.
큰 타구 사고가 날 뻔 했다. 불과 수십cm 차로 큰 화를 면했다.
투구수 79구. 마지막 타자가 될 수 있었다. 초구 변화구 후 2구째 무심하게 던진 141㎞ 패스트볼을 피렐라가 특유의 풀스윙으로 받아쳤다. 그야말로 총알 같은 직선 타구가 구창모의 얼굴 쪽을 향했다. 타구는 순간 몸을 튼 구창모의 머리를 스치듯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갔다. 타구가 '슝'하고 지나가는 공포스러운 소리가 들리기에 충분했던 가까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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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진도 경악을 했다. 이상훈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타구에 머리를 맞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깜짝 놀랐다. 피렐라의 타구는 날카롭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이 공은 절대 맞아서는 안될 타구였다"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준혁 해설위원도 "큰 일 날 뻔 했다"며 "타구가 총알이네요. 총알"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장 놀란 건 당연히 구창모였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몸을 일으키며 "와우"하고 안도했다.
타구를 잡긴 커녕 피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속도. 본능적으로 얼굴과 몸을 돌리며 글러브를 가드처럼 올렸지만 공은 이미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간 뒤였다. 만에 하나 조금만 각도가 달랐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투수의 헬멧 착용에 대한 논의까지 부르는,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심각한 타구 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터널 같던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구창모로선 가슴을 쓸어내린 날이었다. 대형사고를 운 좋게 피한 구창모는 5이닝 6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마치고 복귀 후 3경기 3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3연승 보다 감사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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