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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답답했던 마음을 뚫어내는 한 방. 팬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대구 KT 위즈전 이후 승리를 잊었다. 패배는 차례로 쌓여갔고, 여느덧 창단 이후 최다 연패인 10연패를 지나 13연패까지 도달했다.
올스타브레이크가 함께 찾아오면서 한 달 가까이 삼성의 승리 기억은 가물해졌다.
마음고생은 25일 만에 끝났다. 선발진 막내 허윤동이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하면서 버텼다.
그사이 오재일이 2회 2루타와 5회 투런포를 날리면서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0 리드로 6회말. 그동안 후반에 무너진 것을 감안하면 삼성으로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마음고생은 6회에 끝났다. 만루 찬스를 잡은 삼성은 밀어내기 볼넷 두 개로 5-0을 만들었다. 이후 오재일은 양 현을 상대로 홈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타가 만들었다.
타구는 고척돔 중앙 펜스 상단을 직격했다. 홈런은 안 됐지만, 주자 3명이 들어오기에 넉넉했다.
8점 차. 오재일의 적시타가 터지는 순간 중계화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삼성 팬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선수단 못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던 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던 한 장면이었다.
삼성은 불펜진이 실점없이 남은 이닝을 정리하면서 마침내 연패 터널에서 벗어났다.
경기를 마친 뒤 오재일은 팬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MVP가 됐을 때보다 더 벅차다"라면서도 "마지막에 이겼을 때도 정말 좋아했지만, 팬들에게 너무 죄송해서 마냥 좋아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 역시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허 감독은 "원정 응원석을 파랗게 물들여준 팬, 경기를 시청하면서 응원해준 팬 등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삼성은 26일부터 포항에서 한화 이글스와 3연전을 치른다. 허 감독은 "승리를 계기로 후반기 보다 나은 경기를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