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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발투수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거듭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초 4월 8일 첫 선발등판에서 1이닝을 채우지 못한 뒤 1군에서 말소됐고, 이후 1군 무대를 다시 밟지 못했다. 2군에서도 5월 11일 이후 공을 잡지 않았다. 고질적인 손가락 통증이 심해져 재활군에 머물렀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느니 군대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깊은 고민 끝에 꺼낸 이야기임을 잘 알기에, 구단도 선뜻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이승헌 자신의 생각이 확고했다. 김도규 황성빈 고승민 등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온 팀동료들의 활약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됐다.
키 1m96, 97kg 어디서나 눈에 띄는 당당한 체격의 소유자다. 선량한 미소로 많은 롯데 팬들을 설레게 했다. 이날 사직구장에 오는 길에도 '군대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수차례 받았다고.
이미 친구들은 모두 군대를 다녀온 뒤라 동반입대할 사람도 마땅찮다. 1m95 넘는 키는 현역으로 가지 않던 시대도 있었지만, 옛날 이야기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은 안 되나'라는 질문에 "수술한 곳이 없다. 손가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지 건강한 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투수에게 손가락 통증은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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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상무 지원도 생각해봤는데, 거기 가면 공을 또 던져야하니까. 공을 만지지 않고 손가락과 어깨를 푹 쉬게 해주려고 한다. 원래 9월 입대였는데, 8월 1일로 최대한 당겼다. 훈련소가 원래 논산이었는데, 강원도 양구(21사단)로 바뀌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역시 2020년 5월 17일이다. 입단하자마자 갈비뼈 부상을 겪었지만, 이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1군 선발로 발탁됐다, 생애 2번째 선발등판이었던 이날,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가득찼던 이승헌은 투수 강습 타구에 머리를 맞아 장기간 입원 치료를 겪었다. 후반기 선발로 발탁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이후에는 건초염이 그를 괴롭혔다. 이승헌은 "매번 아프다보니 한번도 내 100%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가장 기분좋았던 순간을 물으니 '첫승하던 날(2020년 9월 26일, KIA전 선발등판 5이닝 3자책)'을 꼽았다. 비로소 이승헌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항상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데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군대 다녀와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기분좋게 웃는 얼굴로 인사드리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