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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컨트롤은 기본이고, 스피드는 빠를수록 좋은 거지."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과 구속은 제자리인데 반해 미국, 일본, 중남미 국가는 물론 변방의 유럽 나라들도 진일보한 면모가 확인된 대회였다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통계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MLB.com의 베이스볼서번트가 제공한 데이터 가운데 WBC 각국 패스트볼 구속을 비교해 봤다. 패스트볼에는 포심, 투심, 싱커, 그리고 카밀로 도발(도미니카공화국)처럼 자신의 가장 빠른 구종으로 삼는 커터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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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볼 평균 구속 1위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95.74마일(154㎞)을 자랑했다. 이어 일본이 95.38마일(153.5㎞)로 2위, 베네수엘라가 95.25마일(153.2㎞)로 3위였다. 이들을 포함해 93.2마일, 즉 150㎞ 이상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나타낸 국가는 6곳이다.
일본이 결승에서 미국을 누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스피드를 앞세운 파워피칭이었다는 게 숫자로도 입증된 셈이다. 미국의 패스트볼 평균은 92.42마일이었다.
한국 투수들 중에는 일본전에 등판해 19개의 포심을 던진 이의리가 최고 96.4마일, 평균 95.2마일로 가장 빨랐다. 이어 곽 빈이 최고 95.5마일, 평균 94.1마일로 두 번째로 빠른 구속이었다. 그러나 김광현 91마일, 원태인 91.2, 박세웅 91.7마일 등 한국 투수들 대부분은 90마일 안팎에 머물렀다.
반면 일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차원이 다르다. 사사키 로키가 100.3마일로 가장 빨랐고, 오타니 쇼헤이가 97.8마일로 그 다음이었다. 최고 구속은 사사키가 101.9마일, 오타니가 102.0마일이었다. 준결승에 구원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포심 평균 구속은 95.3마일이었고, 다르빗슈 유도 포심과 투심 평균이 94.1마일이었다.
여기에 다카하시 히로토(96.6마일), 이마나가 쇼타(94.4마일)를 비롯해 토고 쇼세이, 이토 히로미, 오타 다이세이 등 일본 불펜진 대부분도 평균 90마일대 중반의 강속구를 뿌려댔다. 일본 야구가 정교한 제구와 변화구에 의존한다는 건 옛말이다.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스피드와 공격적인 피칭을 무기 삼아 WBC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마운드를 과시했다.
KBO리그와 NPB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4년 87.6-87.9마일, 2018년 88.6-89.3마일, 2022년 89.6-90.8마일로 그 차이가 0.3→0.7→1.2마일로 점점 벌어졌다. 양국의 최정상급 투수들을 모아놓은 이번 WBC에서는 4.74마일(7.63㎞)로 격차가 훨씬 컸다.
또 주목할 것은 패스트볼 비중이다. 한국 투수들이 던진 536개의 공 가운데 패스트볼 계열은 242개로 45.15%였다. 전체 18위. 이 부문 1위 역시 56.45%의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일본이 52.46%, 멕시코가 52.64%, 베네수엘라가 51.11%로 10개국의 패스트볼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이는 한국 투수들은 변화구 의존도가 크고 유인구 비율이 높다는 걸 증명한다. 제구가 뒷받침된다면 효율적이겠지만, 그렇지 않거나 상대가 간판할 경우 투구수와 볼넷이 많아지는 원인이 된다.
KBO리그는 아직도 150㎞가 톱클래스 구속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이 93.9마일(151.1㎞)이었다. 제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스피드마저 뒤처진다면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는 볼 게 없어지고 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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