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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야구 대표팀이 WBC를 앞두고 공식 평가전을 치른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선수들이 라커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통로 사이에 믹스트존이 차려졌다.
평가전을 마치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버스로 향했다. 몇몇 주요 선수들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본 대회를 앞두고 다들 긴장된 상태라 믹스트존 풍경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대표팀 후배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고, "나에게는 다들 아직도 아이같다"며 얼굴 하나하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박찬호 위원은 "믹스트존은 물론이고 쏟아지는 인터뷰와 언론의 관심을 즐길 수 있을 때, 그때 대선수가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WBC 도쿄라운드가 진행되는 내내 지켜본 오타니 쇼헤이의 태도는 더 인상적이었다. 이번 WBC는 오타니로 시작해서 오타니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독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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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생중계 되는 경기는 오타니 혼자만의 팀이 아닌데도, 거의 오타니의 모습만 내내 비춘다. 오타니가 마운드나 타석에 서지 않더라도 잠시 투수와 타자를 보여주다가 다시 오타니가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잡힌다.
기자 회견 요청은 거의 매일 있다. 심지어 오타니는 인터뷰도 따로 한다. WBC 대회는 MLB가 주관하는데, 기자회견도 정해진 룰이 있다. 보통 같은 팀 선수들은 함께 참석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그러나 오타니는 별도의 존재다. 일본 대표팀 내에서도 오타니 인터뷰를 따로 하고, 그 후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형식이다. 오타니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너무 많은데다, 다른 선수들이 함께 자리 하면 질문이 오타니에게만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에 적용한 '특별 규정'이다.
그는 이미 이런 풍경에 익숙하다. 소속팀인 LA 에인절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매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는 오타니 인터뷰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할 정도였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가 된 만큼 특정 매체가 그의 인터뷰를 단독으로, 별도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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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WBC 우승 후 MVP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우승으로 한국, 대만, 중국 등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의 야구가 더 인기있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인터뷰 뿐만 아니라 야구장 내에서의 생활이나 사적인 생활에서까지 잡음이 없다. 물론 오타니도 일본에서 뛰던 시절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더 외향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WBC에서도 그는 더그아웃의 분위기 메이커로 팀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쟁팀의 주축 선수라는 경계심을 잠시 밀어놓고,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메이저리거로서 오타니가 보여주는 태도는 분명히 모든 야구선수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