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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인생도 야구도 사이클이 있는 법.
시범경기 부터 2경기 7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1.29)의 강렬한 피칭으로 개막 부터 선발로 자리를 잡은 그는 파란을 일으키며 정규 시즌에 등장했다.
3월 28일 광주 KIA와의 데뷔전에서 씩씩한 피칭으로 6이닝 4피안타 1볼넷 2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연소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호사다마였다.
캠프 연습경기 중 팔꿈치 통증으로 귀국했다. 결국 팔꿈치 인대손상 및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잃어버린 4년의 시작이었다. 본인도 다른 누구도 이렇게 길어질 지 몰랐다.
2019년을 통째로 쉰 양창섭은 쉽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4년 간 단 22경기 등판에 42이닝 3승4패 1홀드에 그쳤다.
인고의 세월. 한 때 눈물도 쏟았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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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린 결론은 구속보다 컨트롤이었라고요. 힘 빼고 제구를 정확한 곳에 던져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작년, 재작년에는 120% 계속 세게 던지려고만 했는데, 지금은 힘 빼고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물론 여전히 구속 욕심은 있어요. 하지만 우선 순위를 구속보다는 컨트롤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
불 같은 강속구는 아니지만 양창섭의 공을 쳐본 타자들은 보기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공에 애를 먹기 일쑤다. 왜 그럴까.
"저도 제 공을 쳐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정확한 곳에 던지려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높은 타점과 살아 있는 볼끝. 몰리지 않는 양창섭의 공은 연타를 만들기 어렵다.
돌고 돌아 얻은 큰 깨달음. 성공적이었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11⅔이닝을 소화하며 11안타 3볼넷 5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2.3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바늘 구멍을 뚫었다. 5선발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의미 있는 새 출발. 반드시 입증해야 할 부분이 있다.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함이다.
"오프 시즌 동안 훈련을 많이 한 만큼 잘 못하면 더 아쉽잖아요. 많이 한 만큼 잘 하고 싶고, 무엇보다 부상 없는 시즌을 만들고 싶어요. 매 시즌 목표였지만 이루지 못했던 만큼 올해는 다른 목표보다 풀타임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출발점.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양창섭의 건강한 시즌이 이번 주 바야흐로 막을 올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