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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강철 감독이 맞이한 진짜 시험대.
아무리 부상 선수가 나와도, KT가 이렇게 무너질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2년 전 통합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그 전력이 대부분 남아있다. 여기에 그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의 지도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 언더핸트 투수로 명성을 쌓았다. 은퇴 후 10년이 훌쩍 넘는 코치 경험을 했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9 시즌을 앞두고 KT 감독이 되며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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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팀을 성장시켰다. 배정대, 조용호, 소형준, 배제성 등을 우승의 씨앗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 강백호와 외국인 선수들의 줄부상에 추락하다 결국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며 가을야구를 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업적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이렇게 무너지면 그동안 쌓아온 이 감독의 위상은 한 번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감독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이전 '운장'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KT가 창단 후 기본기를 중시하는 조범현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선수들이 실력을 다졌고, 2대 김진욱 감독의 '자율야구' 속에 주전급 멤버들이 경험을 쌓아 잠재력이 터지기 직전 지휘봉을 잡았다고 얘기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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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 감독 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 종목을 막론하고 여러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자신의 업적을 폄하하는 거라면 굉장히 기분나빠할 수 있겠지만, 3자의 시각으로 볼 때 프로야구에서만 봐도 그런 혜택을 받은 감독들이 여러명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 감독에게 악재는 이번 시즌 초반 뿐 아니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로 이미 팬들의 신뢰를 한 차례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속팀까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면 감독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이기는 것 뿐이다. 빨리 연패를 끊는 게 급선무다. 아직 초반이라 지난해처럼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 감독이 '지장'인지, '덕장'인지, '용장'인지 진짜 스타일이 어쩐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긴 연패 과정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감독 뿐이라는 건 확실하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던 허를 찌르는 용병술이나 작전을 보여주든 그 선택은 이 감독의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구단, 팬들은 결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