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음이 급할 필요가 없는데…"
반면 김진욱의 현실은 갑갑하다.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선발 아닌 불펜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좋은 공을 뿌렸던 첫 시즌 후반기를 떠올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롯데 관계자들이 꼽는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김진욱이다. 운동능력의 기초인 달리기는 최준용과 더불어 팀내 톱클래스를 놓친 적이 없다.
올해 4월에는 '진짜 달라졌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10경기에서 11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3홀드, 평균자책점이 0.00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슬슬 균열이 생겼고, 6~7월에는 다시 무너져내렸다. '2군행'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6월 17일 1군 복귀 이후 성적은 15경기 10이닝, 평균자책점 10.80이다. 이 기간내 팀 성적은 10승17패다.
|
경기를 지켜보던 유희관 해설위원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만루라서 주자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자기 공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마음이 너무 급하다. 투구폼이 평소보다 빠르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제구가 제대로 안된다는 것.
박찬호의 희생플라이가 나온 뒤엔 "여기까진 줘야될 점수다. 이제부턴 막아야한다"고 했다. 문제는 김진욱의 제구였다.
"변화구가 존에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타자가 100% 직구만 노리고 있는데, 던질 공이 직구밖에 없다. 그러니 (직구로도)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 KIA 타자들은 김진욱의 변화구는 존에 들어와도 철저하게 버리면 된다. 투수는 공을 끝까지 던지고 바라봐야한다. 김진욱은 지금 던지다마는 느낌이다."
|
유 위원은 현역 시절 130㎞ 안팎의 느린 직구로도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타자와의 영리한 수싸움으로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여유의 소유자였다. KBO 통산 101승 레전드의 목소리엔 좋은 재능을 갖고도 쩔쩔 매는 후배를 향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히 묻어났다.
이날 유 위원은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윤영철에게도 중요한 조언을 던졌다. '좌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해야한다'는 것. 그는 "윤영철은 우타자보다 좌타자를 더 어려워한다. 체인지업을 못던지기 때문"이라며 "그걸 나도 현역 때는 몰랐다. 은퇴하고 나서 깨달았다"며 껄껄 웃었다.
|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