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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애너하임에서 잘 되길 바란다."
'NL 추천'은 같은 AL 동부지구 라이벌인 에인절스를 선택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최종 후보로 올린 7개 구단은 에인절스와 텍사스, LA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였다.
7팀 중 6팀이 서부지구 팀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타니는 일본서 가까운 서부지역 팀들을 선호했는데, 에인절스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투타 겸업 기회를 최대한 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선발등판은 1주일에 한 번씩 한다는 것이 오타니의 요구사항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오타니의 이러한 요구를 에인절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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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가 종료와 함께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이 공식 개막됐다. 이제는 'FA 시즌'이다. 아니 '오타니의 시간'이다. 메이저리그 FA 일정은 이렇다.
원소속팀은 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소속 FA들과 먼저 협상을 갖는다. 이 기간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협상이 결렬되면 원소속팀은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한다. 보통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정상급 FA들이 QO를 제시받는다. 이번 오프시즌 QO는 2030만달러다. 사상 처음으로 2000만달러를 넘어섰다.
QO를 제안받은 FA는 15일 오전 6시까지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락하면 내년 1년 동안 2030만달러 받고 잔류하는 것이고, 거부하면 원소속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들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이 일정에 따르면 오타니는 에인절스로부터 QO를 제시받겠지만,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으니 15일 '완전한 자유'의 신분으로 시장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는 올해 300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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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6년 전 오타니가 택한 최종 후보 7팀이 헤이먼의 예상 행선지에도 모두 포함됐다. 텍사스와 샌프란시스코, 다저스가 똑같이 1대6의 확률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이 3팀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는 것은 명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2017년 12월 오타니 영입에 공을 들인 전력이 있다. 공식적으로 '아쉽다'는 뜻을 전한 구단은 당시 텍사스 뿐이었다. 이는 오타니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에인절스에 6년간 건강히 잘 지내다 FA가 되면 정성껏 대접할테니 우리에게 오라"는 메시지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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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지난 겨울 애런 저지와 카를로스 코레아를 영입하려다 실패했다. 거물급 FA 영입을 이번에도 할 예정인데, 타깃이 오타니다. 밥 멜빈 신임 감독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오타니 협상에 개입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오타니의 FA 계약 규모는 최소 5억달러, 최대 6억달러 이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타니의 마음이다. 그의 선택 기준 1번은 '우승 전력'이다. 지난 7월 올스타전 때 "매년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지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라고 했었다.
6년 전 오타니에게 아쉬움의 '편지'를 남긴 텍사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첫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최근 2년 간 FA 시장에서 8억4785만달러(약 1조1357억원)를 쓴 게 성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 구단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오타니의 마음을 흔들었을 지 모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