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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T는 왜 허무하게 벼랑 끝에 몰리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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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불펜 운용. KT와 이 감독은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신데렐라' 손동현을 발굴해냈다. 이번 시즌 필승조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큰 경기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투구를 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컨디션, 구위를 보고 과감한 선택을 한 이 감독은 역시 투수 전문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문제는 필승조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마무리 김재윤 앞에 손동현, 박영현 단 2명의 필승조로만 경기를 운영했다. 두 사람의 구위가 가장 좋고,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선발진이 워낙 좋으니, 선발투수들이 6이닝을 책임진다고 가정하면 7회와 8회 2명의 투수만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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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까지는 괜찮았지만, 하루를 쉬었다는 계산으로 3차전 손동현을 또 밀어붙인 게 화근이 됐다. 또 박동원에게 결정적 홈런을 맞았다. 이상동, 김영현 등 다른 선수들까지 활용폭을 넓혀야 했었다. 어쩔 수 없이 내보낸 이상동이 3차전 호투를 한 게 KT에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 LG도 함덕주, 김진성, 정우영 등 불펜 투수들 구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플랜대로 그들을 기용했다. 경기를 보며 컨디션이 좋은 유영찬을 조금 더 쓰는 정도가 승부수였다.
이 감독의 '2인 필승조' 플랜은 실패가 예정된 작전이었다. 두 사람을 떠나, 다른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는 생각에, 경기를 의욕적으로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정규시즌 종료 후 손동현, 이상동, 김영현 등을 언급하며 "제2의 박영현"을 만들겠다고 했던 이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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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박병호 고집도 짚고 남어가야 할 부분이다. 박병호는 플레이오프부터 5경기 타율 2할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는 2경기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저조한 성적을 떠나, 공을 맞히기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3차전을 중계한 '타격 달인'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박병호가 첫 두 타석 병살타와 플라이로 물러나자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박병호를 4번으로 밀고나갔다.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 감독의 믿음에 박병호가 응답하기도 했다. 3차전 막판 결승포가 될 수 있는 천금의 투런포를 때린 것. 하지만 경기를 역전패 해버리니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냉철해야 했다. 그 홈런은 박병호가 잘쳤다기 보다, LG 배터리의 실수였다. 2B2S 상황서 변화구만 던지면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데, 고집스럽게 직구 승부를 했다. 5개가 다 직구였다.
이 홈런으로 부활했다며, 4차전 역시 4번으로 밀고나갔다. 그러나 홈런은 '일장춘몽'이었다. 첫 두 타석 삼진이었다. 4차전을 해설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4번타자가 중심에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팀 타선 전체의 위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컨디션이 안좋은 영향인지, 아니면 상대가 '애증'의 친정 LG라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유인지 부진의 원인은 정확히 진단할 수 없다. 하지만 '로또' 한 방을 기대하고 '박병호 4번'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가 결국 이렇게 나오고 말았다.
아직 시리즈가 끝난 건 아니다. 포기할 상황도 아니다. 남은 3경기를 다 이긴다면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LG의 기세가 너무 좋다. KT 선수들은 4차전 마치 포기한 듯한 인상을 줬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건 이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 작전이다. 과연, 이 감독은 운명의 5차전 어떤 선택을 할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